쑥쑥 크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2030년엔 전기차 3대 중 1대"
테슬라 ‘4680’ 제품 생산…‘낮은 에너지밀도’ 단점 극복
SK온도 개발 착수해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원통형 생산
각형과 파우치형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던 원통형 배터리가 성장세로 전환하며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에너지밀도가 낮다는 단점을 극복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원통형 배터리의 폼팩터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6%로 2022년(12%)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폼팩터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다. 같은 기간 대세를 이루던 각형은 55%에서 43%로 내려앉고 파우치형은 26%에서 3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2018년 29%에서 2023년 1분기 기준 14%로 반 토막 났었다. 같은 기간 파우치형 배터리는 14%에서 20%로 늘었으며 각형 배터리는 57%에서 65%로 증가해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주력으로 하는 K배터리 3사가 파우치형 배터리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시장에서 점차 소외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의 셀 형태는 크게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으로 나뉘며 각 장단점도 다르다.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 배터리보다는 범용성이 좋고 대량생산을 할 수 있어 생산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형태상 배터리 사이에 불용 공간이 생기면서 에너지밀도가 낮아진다는 치명적 단점을 지녔다.
그러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의 한계 극복 가능성을 제시하게 되면서 배터리 업계에 새바람이 불었다.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해 온 테슬라는 기존보다 에너지밀도는 5배 높이고 표준화된 규격으로 파우치형·각형보다 낮은 비용으로 대량생산 가능한 차세대 배터리 ‘4680’ 생산에 성공하면서 4680배터리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저가 전기차들의 등장은 원통형 배터리가 재조명되는 또 다른 요인이 됐다. 과거 전기차 시장은 고성능·고가 차량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과도기에 진입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으로 ‘낮은 가격’이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가격의 40% 가량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관건이 돼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이 부각됐다.
테슬라를 좇아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하는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늘고 있다. BMW, GM, 볼보, 스텔란티스 등도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배터리사들도 원통형 배터리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배터리사 중 유일하게 원통형 배터리를 손대지 않고 고성능 배터리만 주력하던 SK온도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에서 ‘CES2024’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하고 있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이로써 SK온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 최초로 3개의 폼팩터를 모두 생산하게 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위해 국내 오창공장에서 설비 증설하고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도 말레이시아에서 2공장을 증설해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방침이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중국 시장 제외)에서 상위 5위인 K배터리 3사와 CATL, 파나소닉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폼팩터 중 유일하게 ‘원통형’만 공통으로 생산하게 되는 셈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가장 비중이 높은 보급형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가 호각을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안에 원통형 배터리가 각형 배터리를 앞지를 정도로 대세가 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격과 생산 면에서 이점이 있어 원통형 배터리가 지금보다 비중은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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