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의 'GOAT 대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들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캡틴스 오브 더 월드> 포스터. |
ⓒ 넷플릭스 |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가 끝난 지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개최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잡음을 낳으며 역대 최악이 될 거라는 추측이 줄을 이었다. 축구와 멀고도 먼 나라인 카타르에 '돈' 때문에 월드컵 개최권을 줬다는 후문이 파다했고, 경기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 이슈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런가 하면 날씨 때문에 이례적으로 연말에 대회를 여니 여러모로 황당할 따름이었다. 한창 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을 때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역대 최고의 축구 잔치로 거듭났다. 그 어느 때보다 축구력이 전체적으로 올라가 상향평준화를 이룩하니 정녕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언더독의 반란이나 기적이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통상적 약팀이 강팀을 잡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재미가 없을 수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캡틴스 오브 더 월드>는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에 출전한 유력 국가대표팀의 주장들을 주로 인터뷰하며 조별리그와 결선 토너먼트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을 모두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리오넬 메시의 완벽한 대관식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밖에도 흥미로운 드라마들이 많이 펼쳐졌다.
▲ 넷플릭스 <캡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
ⓒ 넷플릭스 |
2026년 월드컵부터는 48개국이 본선에 진출해 조별리그를 치를 예정이라, 32개국이 본선에 진출해 8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월드컵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1998년부터 꽤 오랫동안 고수해 왔기에 익숙해져 있는데 바뀐다니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다. 32개국 정도가 상위권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간의 밸런스가 가장 맞는다고 생각한다.
<캡틴스 오브 더 월드>는 더 높이 올라가는 대표팀의 주장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주장 개인을 비롯해 대표팀, 나아가 국가에 '드라마'가 존재하는 경우를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제로는 전부 인터뷰를 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보는 건 한정적이다. 6부작 300여 분에 그 많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순 없었을 테다.
드라마는 결선 토너먼트보다 조별리그에서 훨씬 더 자주 나온다. 팀과 팀이 붙어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기거나 지더라도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시비가 나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한 나라들은 조별리그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결선 토너먼트에서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만큼 조별리그는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다.
메시의 대관식 와중, 연일 드라마가 쓰였다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는 리오넬 메시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대관식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호날두와의 라이벌리를 넘어 펠레, 마라도나와 펼친 '축구 황제'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 버렸다. 이후 누구도 넘보기 힘든 8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완벽하게 끝냈다. 리오넬 메시야말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말이다. 그에게 남은 건 뭘까?
한편 카타르 월드컵에선 연일 드라마가 쓰였다. 독일, 벨기에, 우루과이, 멕시코, 덴마크 등 우승 후보와 16강 정도는 충분히 들고도 남을 강호들이 조별리그에서 우수수 탈락했다.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충격 패를 당하고 주장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기사회생했다. 그중 덴마크의 경우 팀의 중추 에릭센이 2020 유로 당시 시합 도중 갑자기 쓰러진 후 기적적으로 살아나 다시 선수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주장 시몬 키예르가 큰 역할을 했다.
16강부터 시작된 결선 토너먼트는 언제고 예측 불가능,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우승 후보도 떨어질 수 있고 약체도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대부분 이길 만한 팀이 올라간 한편 모로코가 스페인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하여 8강전에 진출한 팀들 중 모로코를 제외하곤 이른바 네임드만 있었다. 모로코를 제외하곤 이변은 없을 것이었고 진검승부가 예정되어 있었다.
▲ 넷플릭스 <캡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
ⓒ 넷플릭스 |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는 오랜 앙숙으로 월드컵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서 마주쳤다. 서로의 영광을 빼앗곤 했는데 이번에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크로아티아와 브라질, 브라질은 2002 월드컵 우승 이후 결승전에 진출한 적이 없다. 주장 치아구 시우바는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이자 리더지만 조국을 우승으로 이끈 적이 없다. 마지막이 될지 모를 4번째 출전에서 꼭 우승을 이루고 싶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에는 현존 최고이자 가장 젊은 피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가장 박진감 넘치고 재밌고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 모로코와 포르투갈은 의미 있는 빅매치다. 모로코로선 아프리카, 아랍 최초로 월드컵 4강을 정조준하고 있고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마지막일지 모를 월드컵에서 비상하고자 한다. 월드컵 당시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을 맞아 성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결과는 잘 알려진 것처럼, 아르헨티나 대 크로아티아 그리고 프랑스 대 모로코의 4강전. 결승전은 아르헨티나 대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2골을 리드하다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홀로 2골을 넣어 따라잡고 연장전에서 메시와 음바페가 각각 1골씩을 넣어 동점, 승부차기에 이르러 결국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한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역대 최고의 월드컵 결승전, 나아가 역대 최고의 월드컵.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 <캡틴스 오브 더 월드>를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축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법, 축구하는 사람들의 진득한 이야기다. 다만 2022 월드컵에 진출한 국가 대표팀의 주장들이 주인공일 뿐이다. 그러니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감동적이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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