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물음표' 한국-일본, '뿌연 모래바람' 만난다…우승가도 첫 고비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차전 쾌승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축구대표팀의 얘기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비슷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우선 지난 14일 먼저 경기한 일본은 베트남을 4-2로 누르고 예상대로 첫 승을 챙겼다. 결과는 2골 차로, 부족하지 않은 승리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일본은 전반 11분 프랑스 AS모나코에서 뛰는 미나미노 다쿠미가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었으나 이후 단신 선수들이 많은 베트남에 세트피스로 두 골이나 내줘 역전당하는 충격에 빠졌다.
베트남전에 앞서 A매치(요르단과의 비공개 친선경기 포함) 10전 전승 45골 6실점한 팀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선수들이 침착한 대형을 유지, 전반 막판 미나미노의 추가골, 이토 준야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전세를 다시 뒤집었고 후반 우에다 아야세의 쐐기골까지 나와 한숨 돌렸지만 일본이 이번 대회 절대적인 우승 후보가 아니란 점이 베트남전에서 잘 드러났다.
특히 A매치 5경기 출전에 불과한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의 불안한 플레이를 우승 가도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베트남전에 뛰지 않은 두 명의 골키퍼, 마에카와 다이야와 노자와 다이시 브랜던도 A매치 기록이 각각 0회, 1회 뿐이어서 스즈키를 빼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일본 대표팀을 이끄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자신감 때문인지, 아니면 아시안컵마저도 대표팀 리빌딩의 일환으로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골키퍼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되는 수비라인 불안이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 많다. 토너먼트에 가면 슈팅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과 붙게 되는게 스즈키의 대반전이 절실하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또한 15일 바레인을 3-1로 이기며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1-1 무승부 상황에서 환상적인 왼발 슛 두 방으로 승리를 견인한 이강인의 활약을 기존 손흥민 외에 또 다른 '크랙'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국의 우승 가도를 더욱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이 됐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1도움, 그리고 1기점패스도 빛났다. 바이에른 뮌헨에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다만 한국의 경기력 역시 예상만큼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경기력 논란을 일축하며 뽑았다가 후반 6분 이라크에 동점골 빌미를 제공한 뒤 교체아웃된 이기제도 그렇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부터 전체적인 수비 라인이 짜임새를 갖춘 것은 아니다. 그나마 김민재라는 든든한 기둥이 있어 바레인전에서도 승리 놓치는 일은 면했다.
또 대표팀에서 걸핏하면 제기되는 손흥민 활용법 역시 토너먼트를 대비한 숙제로 남았다. 일본이 베트남전 선발 라인업을 로테이션으로 짠 반면, 한국은 부상 중인 황희찬 빼고는 거의 최정예 라인업으로 임했기 때문에 경기력 개선이 더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양국이 벌이는 2차전의 내용과 결과가 중요하게 됐다. 한국과 일본 모두 각 조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국들과 붙기 때문이다.
한국은 오는 20일 오후 8시30분 카타르 도하 알 투마마 경기장에서 요르단과 싸운다. 전력은 당연히 한국이 한 수 위지만 요르단이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하며 E조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변수가 됐다.
요르단은 월드컵 본선에 오른 적은 없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아시아 예선에서 5위를 차지한 뒤 우루과이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져 아깝게 떨어진 적이 있어 만만한 팀으로 볼 순 없다.
프랑스 리그1 정상급 윙어로 '요르단의 손흥민'이라 할 수 있는 무사 알 타마리 등 개인기와 스피드 좋은 공격수들도 있어 한국의 불안한 백4가 이들을 어떻게 막아내는가도 관건이다. 수비가 다소 불안하더라도 손흥민, 이강인이 동시에 나서는 무서운 공격력으로 요르단의 저항을 뿌리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은 하루 앞선 19일 오후 8시30분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경기장에서 이라크와 D조 2차전을 치른다. 이라크 역시 D조에서 일본 다음 가는 강팀으로 꼽힌다. 1차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3-1로 완파한 적이 있어 일본 입장에서도 조 1위로 16강에 가기 위한 중요한 한판 승부다.
일본은 이라크전에서 구보 다케후사, 도미야스 다케히로 등 공수 주축 선수들이 이번 대회 첫 선발 출전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의 위력이 빛을 발하면서 골키퍼의 안정감이 더해지면 예상대로 낙승할 수 있지만 베트남전 전반 중반까지 펼친 안이한 플레이가 이어지면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각 조 1위를 해야 결승까지 만나지 않는다. 두 팀 중 한 팀이 삐끗하면 16강 등 이른 시점에 만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한국-요르단, 일본-이라크전의 중요성이 커졌다. 두 우승후보가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첫 고비를 나란히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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