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경질' 모리뉴, 끝까지 로맨틱했다…로마 애정 담긴 글, 그리고 눈물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조세 모리뉴 감독은 마지막까지 로맨틱했다. AS로마에서 갑작스럽게 경질된 뒤에도 로마를 사랑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눈물도 흘렸다.
로마는 16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모리뉴 감독과 그의 코칭 스태프들이 즉시 클럽을 떠난다는 걸 확인했다. 모리뉴 감독은 2021년 5월 로마의 60번째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2022년 5월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 시즌 부다페스트에서도 결승까지 올랐다"라며 무리뉴 감독과의 결별 소식을 전했다.
또한 로마는 "새로운 1군 코칭 스태프에 대한 추가 업데이트가 이어질 예정이다"라며 모리뉴 감독 이후 로마의 61번째 사령탑이 될 인물과 코칭 스태프가 정해진 뒤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로마의 구단주인 댄 프리드킨과 라이언 프리드킨은 구단을 통해 "우리는 로마에 온 이후 모리뉴 감독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에 대해 모두를 대신해 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모리뉴 감독이 로마에서 있는 동안 함께한 멋진 추억을 항상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구단에 즉각적인 변화가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모리뉴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이 앞으로의 노력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라며 모리뉴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또다시 3년차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모리뉴 감독이다. 모리뉴 감독은 그동안 특정 팀을 맡았을 때 2년차에 우승을 차지했고, 3년차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경질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커리어를 보냈다.
2002-03시즌 FC포르투 시절 모리뉴 감독은 2년차에 리그와 컵 대회,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컵을 모두 차지했다.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PL)와 커뮤니티 실드를 들어올린 것도 2년차, 2009-10시즌 인터 밀란에서 트레블을 달성했던 때와 2011-12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더블을 달성했던 때 역시 부임 2년차를 맞이했을 때였다. 모리뉴 감독은 첼시로 돌아온 첼시 2기 시절에도 2년차에 리그와 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년차에는 정상에 오른다는 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물론 최근 들어 이 이야기는 사라졌다. 모리뉴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1년차에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했지만 2년차에 우승컵 없이 시즌을 마감했고, 이어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2년차에 경질됐다. 로마에서 UEFA 컨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도 1년차였고, 정작 2년차였던 지난 시즌은 무관으로 마쳤다.
대신 3년차에 부진을 겪는 패턴은 아직까지 남은 모양새다. 모리뉴 감독은 그동안 거쳐왔던 팀에서 그랬듯 로마에서도 3년차에 부진했고, 결국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
로마가 모리뉴 감독을 경질한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리뉴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성적 부진 탓이 유력하다. 로마는 현재 리그 20라운드를 기준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 9위에 위치해 있다. 유럽 대항전 티켓이 걸린 6위와의 승점 차는 4점,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을 수 있는 4위와의 승점 차는 5점이다. 아직 리그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 두고 본다면 로마가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문제는 로마의 일관적이지 않은 경기력과 결과였다. 개막 후 3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던 로마는 4라운드 엠폴리전에서 7-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듯했으나, 이어진 토리노와의 경기에서 비긴 데 이어 제노아에 1-4 대패를 당했다. 이후 한동안 연승을 달렸으나 인터 밀란, 라치오 등 주요 팀들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제노아전이 끝난 뒤에는 모리뉴 감독이 직접 "우리는 팀 정신이나 과거를 위해 노력하려는 집단적 노력의 결과인 견고함을 잃었다. 이번 시즌은 내 커리어에서도 최악의 시즌이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수들과 함께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이적할 기회가 없고, 누구도 떠나거나 합류할 수 없다. 우리는 울 시간이 없다. 마음이 아프면 속으로 울 수는 있다. 로마 팬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며 반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분위기는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말부터는 결과까지 챙겨오지 못했다. 특히 로마는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를 거뒀고,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8강전에서 라이벌 라치오에 패배해 탈락했다. 이에 로마 구단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무리뉴 감독과 결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로마가 한동안 반등하지 못하고 헤메자, 로마가 모리뉴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포르투갈 매체 '헤코르드'는 "모리뉴 감독은 로마와의 계약이 끝난 뒤 팀을 떠날 게 확실해 보인다"라며 모리뉴 감독이 로마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로마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체의 예상과 달리 모리뉴 감독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팀을 떠나며 로마와의 계약 기간을 전부 채우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은 떠날 때까지 로맨틱 가이였다. 모리뉴 감독은 로마와의 이별이 확정된 뒤 자신의 SNS에 "땀, 피, 눈물, 기쁨, 슬픔, 사랑, 형제, 역사, 심장, 영원"이라는 글과 함께 그동안 로마에서 보내며 쌓은 추억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게재했다. 영상에는 UEFA 컨퍼런스리그 우승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순간부터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 로마 팬들의 사진, 모리뉴 감독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이 나왔다.
팬들도 모리뉴 감독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일부 로마 팬들은 모리뉴 감독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자 모리뉴 감독을 만나기 위해 구단 앞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뉴 감독은 로마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차량을 타고 떠났다.
모리뉴 감독의 경질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선수는 '애제자' 파울로 디발라였다. 디발라는 모리뉴 감독 경질 발표 직후 자신의 SNS에 모리뉴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감사합니다, 감독님!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당신과 함께해서 기뻤습니다. 감독님의 조언에 감사합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행운을 빕니다. 곧 다시 보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모리뉴 감독의 차기 행선지로는 프리미어리그(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거론되고 있다. 뉴캐슬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잦은 부상 등의 문제로 인해 리그 중위권을 전전하는 중이다. 뉴캐슬이 경험이 적은 에디 하우 감독 대신 경험 많은 모리뉴 감독을 선임해 위기를 타파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모리뉴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리뉴 감독은 이미 지난여름 한 차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으나 로마에 남기 위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와의 동행이 끝난 이후에도 모리뉴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을 거절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모리뉴 감독이 떠난 로마는 구단의 레전드 다니엘레 데로시를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로마는 16일 모리뉴 감독 경질 소식에 이어 데로시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데로시는 이번 시즌이 끝나는 2024년 6월 30일까지 로마를 이끌 예정이다.
댄 프리드킨 구단주는 "데로시에게 로마의 감독을 맡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동안 데로시가 보여준 야망과 리더십이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데로시와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팀을 이끌고자 하는 데로시의 열정은 향후 몇 달 동안 선수들을 위한 가이드가 되고, 그가 클럽 가치에 맞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했다.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다니엘레"라며 데로시를 반겼다.
로마의 새로운 감독이 된 데로시는 "나를 감독으로 선임한 로마에 감사를 표한다. 난 언제나 내 모든 걸 바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도전에 맞설 것이다. 로마의 벤치에 앉는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로마가 내게 어떤 구단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목표를 위해 싸우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다만 데로시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데로시는 선수 시절 뛰어난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으나, 정작 지도자 경력은 적기 때문이다. 데로시는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22년 10월 이탈리아 세리에B SPAL에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부진으로 인해 약 4개월 만에 경질됐다. 세리에B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한 데로시가 상위 리그인 세리에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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