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미래성장동력, 그럴듯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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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하다.'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분석 전문가들은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그룹 간 통합'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고 독특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우현 회장(6.55%)은 한미그룹 주요 주주들을 OCI홀딩스 최대주주로 만들면서 지분이 본인보다 많은 삼촌(이화영 7.41%, 이복영 7.37%)들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선 장기적인 구도로는 한미그룹이 OCI그룹에 넘어가는 모양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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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위한 불안한 선택
'기상천외하다.'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분석 전문가들은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그룹 간 통합'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고 독특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대주주 지분 맞교환을 통해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한미사이언스 측 주요 주주들은 OCI그룹 지주사의 1대 주주가 된다. 협상은 이우현 OCI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상속세 문제 해결과 이종 사업 간 통합 지주사 설립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협상 주도자들이 진짜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지배구조 분석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미약품 창업주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이 많은 지분을 가지고도 남의 밑으로 들어가는 셈이고,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삼촌들 입장에선 이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도 경영권을 날리는 상황이다. 즉 협상 주도자들은 외부와 손잡고, 내부 경쟁자를 눌렀다.
이우현 회장(6.55%)은 한미그룹 주요 주주들을 OCI홀딩스 최대주주로 만들면서 지분이 본인보다 많은 삼촌(이화영 7.41%, 이복영 7.37%)들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월 상속세 납부를 모두 마친 이 회장은 당분간은 삼촌들의 지분을 블록딜로 사들일만한 자금의 여유가 없다. 다소 불안정한 경영권을 우군인 임주현 사장을 끌어들이면서 잠시나마 누를 수 있게 됐다.
임주현 사장도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상속세 문제도 해결하고, 본인(7.29%)보다 지분이 많은 오빠(12.12%)를 견제하면서, 당분간은 OCI그룹의 비호 아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자본시장에선 임 사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오빠가 한미그룹의 핵심인 중국 시장을 다 키워놨는데 경영권을 뺏고 상속세를 핑계로 결국 남의 손에 회사를 넘겨 버렸다"는 신랄한 비판도 나온다.
거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통합법인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한미사이언스가 제약 바이오부문의 중간지주사를 맡는 구조가 된다. 시장에선 장기적인 구도로는 한미그룹이 OCI그룹에 넘어가는 모양새라고 본다. 한미약품 창업자의 최측근이었던 신동국 회장(12.15%)이 오빠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연합하느냐 마느냐가 아직 변수로 남아있긴 하다.
주요 주주들의 돌발 행보에 한미그룹 임직원들은 적잖이 동요하고 있다. OCI와 OCI홀딩스 주가는 급락했다. 이종결합의 시너지는 과연 창출될 수 있을까. 기업 인수·합병(M&A)에 이골이 난 한 사모펀드 대표는 이번 그룹 통합을 두고 "피를 나눈 가족끼리도 소통과 협력, 공동경영이 어려운데 이종회사 간에 협력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양사 임직원들 사이에 정치가 우선시되고 본업에 충실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쉽다는 우려도 내놨다.
당분간은 이해관계가 맞아 공동 경영을 하더라도 이 체제가 영원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두 그룹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이종결합(공동경영)이라는 애매한 그림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및 신약개발의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혁신, 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 두 그룹 다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핵심 산업을 다루는 기업이기도 하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협력이란 그럴듯한 거짓말을 멈추고, 하루빨리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 포장된 가족 싸움에 골병이 드는 건, 소액주주와 임직원들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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