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프리먼도 나왔는데... 아프리카는 미개? 편견 답습한 할리우드

김성호 2024. 1. 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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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637] <무티: 주술살인>

[김성호 기자]

광신이라고들 한다. 믿음은 믿음이되 세상 가운데 받아들여질 수 없는 믿음 말이다. 극단적이며 사회의 신뢰와 질서를 어지럽혀 그 폐해가 몹시 크다. 때로 마녀사냥과 화형, 또 인신공양처럼 광신이 넘쳐났던 시대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류는 더는 그 폐해를 허락지 않기 위해 오랜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광신을 인간 사는 세상에서 완전히 밀어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인간이란 본래 불완전하고 약하여서 절대적으로 강한 무엇에 기대고 싶기 때문인 것일까. 때로는 테러로, 또 때로는 범죄로 다가오는 광신의 일면을 세상 가운데서 어쩌다 만나게 되는 때가 있는 것이다.

광신은 그 믿음을 공유하지 않는 이에겐 한없이 공포스러울 밖에 없다. 그렇기에 미칠 광 자를 앞에 떼어 붙여 정상적이지 않다고 정의하는 게 아닌가. 누군가에겐 자연스런 일이 다른 누구에겐 공포스럽다니, 영화가 이를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 무티: 주술살인 포스터
ⓒ 제이씨엔터웍스
 
할리우드가 가져온 이색적 광신 스릴러

<무티: 주술살인>은 광신을 소재 삼아 보는 이를 긴장 가운데 몰아세우려 드는 영화다. 본디 잘 아는 것에선 공포를 끌어내기 어려운 법,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는 아예 제게 가장 먼 대륙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부족으로부터 영화의 소재를 가져온다. 이 부족엔 의사이며 주술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가 있는데, 이 존재가 무티라 불리는 의식을 거행하고는 한다.

말이 의식이지 오늘날의 관점에선 어린이를 고문하고 신체를 훼손하는 범죄행위인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횡행한 굿과 같은 의식처럼 이 의식을 치른 뒤에는 의뢰인의 기대하는 바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시대엔 사라져야 할 이 의식이 난 데 없이 미국 한 도시에서 벌어지며 영화가 시작된다.

시 경찰청 강력계 형사 루카스 보이드(콜 하우저 분)는 정서적으로 불안을 겪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동료와 함께 출동한 성착취범 검거 현장에서 용의자를 총으로 쏘아 죽이는 일까지 있었다. 그는 용의자가 제 총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목격한 동료가 없어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이도 적잖은 분위기다. 동료들은 그가 근래 경험한 개인사가 연달아 벌어진 이상행동의 원인이 됐다고 여긴다. 다름아닌 가족의 연이은 죽음이다.
 
▲ 무티: 주술살인 스틸컷
ⓒ 제이씨엔터웍스
 
아동 살인마 뒤쫓는 딸 잃은 형사

보이드는 제 부주의로 딸아이를 잃었다. 함께 집 근처 호수로 나갔다가 깜빡 잠든 사이 딸이 물에 빠져 숨진 것이다. 아내 또한 그 충격으로 자살했으나 보이는 복직 후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상관은 그에게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볼 것을 권하지만 고집불통인 그가 들을 리 만무하다.

그러던 중 그 관할구역에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어 소녀와 소년이 실종돼 잔혹하게 죽은 채 발견된다. 사건현장부터 사체가 훼손된 모습까지 범인이 동일한 사람이란 걸 가리킨다. 이제껏 없었던 종류의 범죄현장은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오로지 보이드만이 이 사건을 끝까지 추적해 범인을 체포하겠다 결심한다. 특히 첫 희생자인 여자아이가 제 죽은 딸처럼 물 위에 뜬 채로 발견된 모습이 보이드에게 참담한 심정을 일으킨다.

영화는 보이드가 아프리카 종교문화에 정통한 교수 맥클리(모건 프리먼 분)와 손잡고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는다. 마치 종교 미스터리계의 걸작 <다빈치 코드>를 참조한 듯이 알려지지 않은 의례의 존재부터 그 기호와 의미를 읽는 교수의 등장까지가 인상적이다. 특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얼굴 중 하나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모건 프리먼의 존재감은 영화 전반에 무게감을 불어넣는다.
 
▲ 무티: 주술살인 스틸컷
ⓒ 제이씨엔터웍스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은 아쉬워

상황이 진행되며 범인은 아프리카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건너온 주술사 랜도쿠(버논 데이비스 분)라는 인물로 특정된다. 랜도쿠라는 이름을 알아내 그 행적을 추적한 결과 그가 유럽 전역, 특히 이탈리아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많은 아이들을 해쳤단 사실까지 알아내게 된다. 그로부터 영화는 랜도쿠와 그 배후를 쫓는 형사와 교수의 대결구도로 흘러간다.

다분히 뻔한 요소가 많은 영화지만 승부수가 없진 않다. 단순히 선악의 대결구도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내면의 고통부터 적잖은 관객을 놀라게 할 극적 반전까지를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주술과 살인, 그를 뒤쫓는 인물들의 대결은 제가 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일에는 무감각해진 오늘의 관객에게 설정만으로 흥미를 동하게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다만 아쉬움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라는 대륙 전체가 자주 마주하는 인상, 그것도 미개하고 전근대적인 풍습을 범죄와 연결지어 활용한 대목이다. 영화 가운데 한 차례 남아공이란 표현이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논란을 의식한 듯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뭉뚱그려 설명할 뿐이다. 아프리카에서 온 주술사가 아프리카의 오래된 의식으로 미국의 아이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 시종일관 자극적으로 반복된다.

아프리카란 대륙 안에 수많은 문화와 국가, 민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그들을 대표하기는커녕 실존하지도 않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한 선택이 오늘날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일 밖에 없다. 이 같은 부작용을 감안하면 영화는 보다 나은 작품이 되었어야 마땅하다. 믿고 보는 배우 모건 프리먼의 존재에도 작품이 그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무티: 주술살인>에 대한 현실적 평가다.
 
▲ 무티: 주술살인 스틸컷
ⓒ 제이씨엔터웍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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