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프리먼도 나왔는데... 아프리카는 미개? 편견 답습한 할리우드
[김성호 기자]
광신이라고들 한다. 믿음은 믿음이되 세상 가운데 받아들여질 수 없는 믿음 말이다. 극단적이며 사회의 신뢰와 질서를 어지럽혀 그 폐해가 몹시 크다. 때로 마녀사냥과 화형, 또 인신공양처럼 광신이 넘쳐났던 시대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류는 더는 그 폐해를 허락지 않기 위해 오랜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광신을 인간 사는 세상에서 완전히 밀어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인간이란 본래 불완전하고 약하여서 절대적으로 강한 무엇에 기대고 싶기 때문인 것일까. 때로는 테러로, 또 때로는 범죄로 다가오는 광신의 일면을 세상 가운데서 어쩌다 만나게 되는 때가 있는 것이다.
▲ 무티: 주술살인 포스터 |
ⓒ 제이씨엔터웍스 |
할리우드가 가져온 이색적 광신 스릴러
<무티: 주술살인>은 광신을 소재 삼아 보는 이를 긴장 가운데 몰아세우려 드는 영화다. 본디 잘 아는 것에선 공포를 끌어내기 어려운 법,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는 아예 제게 가장 먼 대륙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부족으로부터 영화의 소재를 가져온다. 이 부족엔 의사이며 주술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가 있는데, 이 존재가 무티라 불리는 의식을 거행하고는 한다.
말이 의식이지 오늘날의 관점에선 어린이를 고문하고 신체를 훼손하는 범죄행위인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횡행한 굿과 같은 의식처럼 이 의식을 치른 뒤에는 의뢰인의 기대하는 바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시대엔 사라져야 할 이 의식이 난 데 없이 미국 한 도시에서 벌어지며 영화가 시작된다.
▲ 무티: 주술살인 스틸컷 |
ⓒ 제이씨엔터웍스 |
아동 살인마 뒤쫓는 딸 잃은 형사
보이드는 제 부주의로 딸아이를 잃었다. 함께 집 근처 호수로 나갔다가 깜빡 잠든 사이 딸이 물에 빠져 숨진 것이다. 아내 또한 그 충격으로 자살했으나 보이는 복직 후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상관은 그에게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볼 것을 권하지만 고집불통인 그가 들을 리 만무하다.
그러던 중 그 관할구역에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어 소녀와 소년이 실종돼 잔혹하게 죽은 채 발견된다. 사건현장부터 사체가 훼손된 모습까지 범인이 동일한 사람이란 걸 가리킨다. 이제껏 없었던 종류의 범죄현장은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오로지 보이드만이 이 사건을 끝까지 추적해 범인을 체포하겠다 결심한다. 특히 첫 희생자인 여자아이가 제 죽은 딸처럼 물 위에 뜬 채로 발견된 모습이 보이드에게 참담한 심정을 일으킨다.
▲ 무티: 주술살인 스틸컷 |
ⓒ 제이씨엔터웍스 |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은 아쉬워
상황이 진행되며 범인은 아프리카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건너온 주술사 랜도쿠(버논 데이비스 분)라는 인물로 특정된다. 랜도쿠라는 이름을 알아내 그 행적을 추적한 결과 그가 유럽 전역, 특히 이탈리아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많은 아이들을 해쳤단 사실까지 알아내게 된다. 그로부터 영화는 랜도쿠와 그 배후를 쫓는 형사와 교수의 대결구도로 흘러간다.
다분히 뻔한 요소가 많은 영화지만 승부수가 없진 않다. 단순히 선악의 대결구도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내면의 고통부터 적잖은 관객을 놀라게 할 극적 반전까지를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주술과 살인, 그를 뒤쫓는 인물들의 대결은 제가 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일에는 무감각해진 오늘의 관객에게 설정만으로 흥미를 동하게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다만 아쉬움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라는 대륙 전체가 자주 마주하는 인상, 그것도 미개하고 전근대적인 풍습을 범죄와 연결지어 활용한 대목이다. 영화 가운데 한 차례 남아공이란 표현이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논란을 의식한 듯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뭉뚱그려 설명할 뿐이다. 아프리카에서 온 주술사가 아프리카의 오래된 의식으로 미국의 아이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 시종일관 자극적으로 반복된다.
▲ 무티: 주술살인 스틸컷 |
ⓒ 제이씨엔터웍스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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