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민주당의 ‘묻지마 적격’검증

2024. 1.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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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비위 의혹 3인방, 이 트로이카가 당의 공천 국면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면 정말 큰일 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말이다.

박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의혹 그리고 강위원 특보의 성 문제와 관련된 범죄 혐의 그리고 현근택 부원장의 이번 성희롱 사건"을 적시하면서 민주당의 공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요즘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정치에서 오만이라는 독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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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비위 의혹 3인방, 이 트로이카가 당의 공천 국면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면 정말 큰일 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말이다. 박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의혹 그리고 강위원 특보의 성 문제와 관련된 범죄 혐의 그리고 현근택 부원장의 이번 성희롱 사건"을 적시하면서 민주당의 공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강 특보는 검증 신청을 철회했고 현 부원장도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시간을 끌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내내 드러냈다.

그러니 그런 우려는 박 의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3인을 둘러싼 논란 말고도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통과시킨 적격자 명단을 보노라면 검증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수천만원대의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대장동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는 애당초 논외였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퍼뜨려 물의를 빚었던 김의겸 의원도 무사통과했고,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옹호한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적격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 비위 사건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의 오성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서울 상임본부장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격 판정을 받은 이들의 대부분은 친명계 인사들이다. 친명계 인사들에게는 관대하고 비명계 인사들에게는 엄격한 공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로 친명계 핵심 인사들 지역구에 도전했던 김윤식 전 시흥시장·최성 전 고양시장·이창우 전 동작구청장 등에게는 나란히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 반대로 비명계 인사들의 지역구에 도전하는 친명계 인사들의 ‘자객 출마’는 민주당의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최근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이 되었다는 비판에 입을 모았다. 민주당의 공천이 지금같이 흘러간다면 그런 비판을 탈당자들의 명분 찾기라고 반박하기도 어려워진다. 민주당 공천의 우선적 기준이 친명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으로 비치는 광경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탈당이 이어지고 차별 공천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민주당은 대체 어떻게 총선을 치르려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거둔 압승에 따른 자만의 결과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였으니 우리는 어떻게 하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실망한 중도층이 여권 세력에게서 등을 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로 가지 않는 데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 또한 자리하고 있음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게다가 국민의힘에서는 4월 총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니라 ‘한동훈 대 이재명’의 구도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에 22대 총선 승부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요즘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정치에서 오만이라는 독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민주당의 이런 공천 광경은 국민의힘에도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일이다. ‘친윤’ 후보들이 ‘험지’가 아닌 ‘양지’를 독차지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쇄신 공천으로 응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한동훈 효과’도 반짝 효과로 그칠 위험이 크다. 총선 승리의 결실은 민심을 무서워할 줄 아는 쪽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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