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두달반만에 최고치 찍은 원·달러 환율…어디까지 오르나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중동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감소하고 코스피 하락이 이어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달러 강세를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2원 오른 1338.0원에 개장했다. 이후 상승폭을 키워 오전 10시30분 현재 134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2일 이후 2개월 보름 만에 처음이다.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중동에서 불거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예멘의 반군 후티를 공습한 데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의 첩보 시설을 파괴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국제 주요 무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세계 무역로를 위협한 데 대한 직접적 대응이라면서 최근 전투기와 선박, 잠수함 등을 동원해 후티 시설 수십 곳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중동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약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02.63선까지 올랐다.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공식화하면서 달러 약세를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을 웃돈 데다 빠른 금리 인하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16일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Fed의 연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변화를 서둘지 말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몇 달간 경제지표는 Fed의 연내 금리 인하를 가능케 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의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고, 이는 Fed의 통화정책 경로 변화가 신중하게 조절되고 또한 서둘러서 이뤄지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옥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달러화는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서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점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된 가운데 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며 강세를 보인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하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는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며 5% 이상 하락했다.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코스피 하락은 외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이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꾸준히 매도하는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와 8영업일 연속 하락한 코스피지수 등이 원화 강세를 제한하고 있다"며 "주초 삼성그룹주 블록딜과 관련된 달러 매도도 수급에 일시적 영향을 주고 있어 환율이 다시 하락하기 위해서는 국내 주가 반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1분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 연구원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 약세 압력 등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와야 하는데 시점은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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