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나와 함께 라운드한 이들은 진짜로 웃었을까?
이은경 2024. 1. 17. 10:03
독자는 옛날 사진을 본 적 있는가? 백 년도 넘은 사진 말이다. 개화기 조선시대 것이 아니라면 서양 사진이라도. 어떠하던가? 옛날 사진 속 인물은 활짝 웃고 있는가? 아니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가? 백이면 백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몸가짐도 반듯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찍은 것으로 짐작이 가는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럴까? 그 시절에는 점잖음을 큰 덕목으로 친 것일까? 말도 못하게 비쌌을 사진을 찍을 만큼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더 그랬던 것일까? 뱁새 김용준 프로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점잖게 찍어야만 했다고. 그 시대에는 늘 근엄해야 했다고.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조차 웃지 않았다고. 독자도 고개를 끄덕였는가? 그렇다면 뱁새 김 프로와 함께 살짝 부끄러워해야 한다. 오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지에서 나온 오해 말이다.
그 시절 사진 속 인물이 하나 같이 웃음 없는 얼굴을 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근엄을 높은 덕목으로 쳤는지 여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유 말이다. 그것은 바로 사진기 즉 카메라 기술 탓이다.
카메라는 19세기 초반에 세상에 나왔다. 물론 그 보다 훨씬 전부터 풍경이나 인물을 사진에 담으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렇지만 최초의 카메라로 칠만한 것은 그 때서야 비로소 나온 것이다. 그 카메라는 원판에 영상을 맺으려면 20~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 전에는 몇 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에 인물을 담기에는 어림 없었다. 누가 사진 한 장을 찍으려고 몇 시간이나 같은 자세로 있는다는 말인가? 풍경도 시간에 따라 변할 판이고 말이다. 그래서 프랑스 발명가 루이 자끄 망테 다게르가 지난 1837년에 발명한 것을 최초의 카메라로 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데 20~30분이 걸리면 어떻게 될까?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독자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불가능 하다는 것을. 활짝 웃는 얼굴로 오랫동안은커녕 몇 초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카메라 앞이라서 억지로 웃어야 할 때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은 어떤가? "하나, 둘, 셋, 김치!"라고 하기 전에 "웃으세요"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는가? 그리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마자 웃는 얼굴이 맺힌다. 인류는 즉석 촬영이 가능해지고서야 비로소 사진을 찍을 때 웃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필름 회사 코닥이 19세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개발한 기술 덕분이다.
사진을 찍을 때 웃어야 한다는 '의무'는 아주 어릴 적부터 가르치고 배운다. 그래서 아이조차도 조금만 자라면 카메라를 들이대면 웃음을 짓기 마련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이다. 심지어 웃을 기분이 아닐 때도 억지로. 그런데 사진을 보면 우리는 진짜로 즐겁고 행복하고 신이 나서 웃었는지 아니면 의무적으로 웃었는지 구분할 수 있다. 상당히 정확하게 말이다. 눈가에 주름살까지 생기면서 활짝 웃었다면? 진짜 웃음일 확률이 아주 높다. 반대로 입가에만 미소를 띠고 눈은 웃지 않고 있다면? 억지로 웃었을 가능성이 크다.
얼핏 보기엔 비슷한 웃음이지만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은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센이 밝혀냈다. 뒤센은 진짜로 웃을 때는 눈과 입이 같이 웃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조선시대 하회탈 가운데 양반탈이 짓는 웃음이 진짜라는 것을 말이다. 어떤 실험을 했냐고? 지혜가 있는 독자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얼굴의 특정 근육이 움직이는 실험을 말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좀 끔찍할 수도 있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하여간 이런 진짜 웃음을 '뒤센 스마일'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입만 억지로 웃는 웃음은 '펜암 스마일'이라고 하고. 팬암 항공사 승무원이 의무적으로 웃는 것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리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교육 받은 세련된 웃음이다. 뒤센 스마일에 관한 연구는 후대 과학자까지도 이어졌다. 그래서 진짜로 즐거워서 웃는 이 웃음이 사람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까지도 밝혀냈다.
독자와 뱁새도 푹 빠진 골프를 치면서 실컷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기에서 맨날 져 보라고? 웃음이 나오는 줄 아느냐고? 아이고, 뜨끔하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흠흠, 이 부분은 더 고민을 해 보기로 하자. 어떻게 하면 모두가 다 진짜로 웃을 수 있을까? 잘 치는 골퍼이든 아직 서툰 골퍼이든 말이다. 대접을 받는 골퍼와 대접을 하러 나온 골퍼가 함께 말이다.
지난해 뱁새 김용준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한 사람들은 얼마나 실컷 웃었을까? 또 올해 뱁새와 함께할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웃을까? 이 두 질문에서 뱁새 김용준 프로 자리에 독자 이름을 대신 넣는다면 어떨까? 독자는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골프를 친 이들을 실컷 웃게 만들었는가? 올 한 해 독자와 함께 골프를 칠 이들을 얼마나 많이 웃게 만들 것인가?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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