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효과 낮추는 '세포 간 이질성' 근본 원인 밝혀내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유창재 2024. 1. 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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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의생명 수학 그룹, 세포 신호전달 체계 추정하는 AI 개발

[유창재 기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동일 외부 자극에 개별 세포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 '세포 간 이질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질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CI(Chief Investigator,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17일 "효과가 높은 신약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단서가 제시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우리 몸속 세포는 약물, 삼투압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체계(signaling pathway)가 있다"면서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가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생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는 노벨생리의학상의 단골 주제일 정도로 중요하지만, 규명을 위해서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하다. 일례로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공급 환경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즉, 산소에 대한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자들에게 수여됐다. 
 
▲ 기계학습방법론(Density-PINNs)을 통한 세포 간 이질성 원인 규명 세포가 항생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반응 단백질이 생산된다. Density-PINNs는 축적된 반응 단백질의 시계열 자료를 이용하여 신호 전달 시간 지연 분포를 추론하며, 이 분포의 모양은 신호 전달 체계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준다(위). 이를 통해 병렬 구조를 갖는 세포 신호 전달 체계가 항생제에 대한 반응의 세포 간 이질성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아래).
ⓒ IBS 제공
 
무엇보다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 간 이질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연구팀은 "세포 간 이질성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동일 외부 자극에 다르게 반응하는 정도를 뜻한다"면서 "하지만 복잡한 신호 전달 체계의 전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일이 현재 기술로는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신호 전달 체계와 세포 간 이질성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알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세포 간 이질성'은 질병 치료에 있어 더욱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한다. 

가령,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세포 간 이질성으로 인해 일부 암세포만 사멸되고, 일부는 살아남는다면 완치가 되지 않는다. 세포 간 이질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이질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해야 치료 효과를 높인 신약 설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홍혁표 IBS 전 학생연수원(현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방문조교수)은 "우리 연구진은 선행 연구(Science Advances, 2022)에서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묘사한 수리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면서 "당시엔 신호 전달 체계의 중간 과정이 한 개의 경로만 있다고 가정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해 중간 과정의 비밀까지 풀어냈다"고 이번 연구에 대해 평가했다. 

우선 연구진은 기계 학습 방법론인 'Density-PINNs(Density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를 개발해 신호 전달 체계와 세포 간 이질성의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가 외부 자극에 노출되면 신호 전달 체계를 거쳐 반응 단백질이 생성된다. 시간에 따라 축적된 반응 단백질의 양을 이용하면 신호 전달 소요 시간의 분포를 추론할 수 있는데, 이 분포는 신호 전달 체계가 몇 개의 경로로 구성됐는지를 알려준다. 즉, Density-PINNs를 이용하면 쉽게 관측할 수 있는 반응 단백질의 시계열 데이터로부터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신호 전달 체계에 대한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실제 대장균의 항생제에 대한 반응 실험 데이터에 Density-PINNs를 적용해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도 찾았다. 신호 전달 체계가 단일 경로로 이뤄진 때(직렬)에 비해 여러 경로로 이뤄졌을 때(병렬)가 세포 간 이질성이 적다는 것을 연구진이 알아냈다.

조현태 IBS 선임연구원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신호 전달 체계가 병렬 구조일 경우 극단적인 신호가 서로 상쇄되어서 세포 간 이질성이 적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호 전달 체계가 병렬 구조를 보이도록 약물이나 화학 요법 치료 전략을 세우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재경 IBS 의생명 수학 그룹 CI(교신저자)
ⓒ IBS 제공
 
이번 연구를 이끈 김재경 CI는 "복잡한 세포 신호 전달 체계의 전 과정을 파악하려면 수십 년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방법론은 수 시간 내에 치료에 필요한 핵심 정보만 알아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약물에 적용하여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26일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패턴스(Pattern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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