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옵션쇼크’ 가담 혐의 도이치증권 전 상무 무죄 확정… 기소 후 12년 걸려

2010년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수백억 원의 피해를 안긴 '도이치 옵션쇼크'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임원이 12년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도이치증권 주식파생상품 담당 상무 박 모 씨와 도이치증권 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에서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도이치는 2010년 11월 11일 장 마감 10분 전 2조4400억원어치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코스피200 옵션 만기일이었던 이날 도이치의 매물 폭탄으로 코스피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들은 1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

하지만 주가 하락 시 정해진 가격에 코스피200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미리 대량으로 구입해놓았던 도이치는 44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200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 200개 종목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들의 시가총액이 1990년 1월 3일을 기준으로 얼마나 변동됐는지를 나타낸다.

검찰은 박씨가 범행을 주도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부문 상무 영국인 데렉 옹(Derek Ong) 등 외국인 3명과 공모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2011년 8월 함께 기소했다.

주범인 외국인 피고인 3명은 수사·재판에 불응하며 단 한 번도 국내 사법기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데렉 옹 등 외국인 피고인들을 인터폴에 수배했지만 현재까지도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기소 후 4년 넘게 공전하다가 2016년 1월 박씨와 도이치증권 법인만 먼저 1심 판단을 받았다.

1심 법원은 박씨가 한국거래소에 사전 보고를 고의로 늦게 하는 등 시세 조종에 공모했다고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한국도이치증권 법인도 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박씨를 시세조종 행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에는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코스피200 지수 하락 시 이익을 얻는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하고, 코스피200 지수를 조종한다는 사실을 인식·용인하고 다른 피고인들의 공범으로서 범행에 대한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