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태영 나오나”...건설업 대출 연체율 ‘급등’
부실지표 2015년 이래 ‘최악’
한은 “비은행권 부담 커질 수 있어, 금융권 선제 조치 필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해 건설·부동산 업종의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2017∼2018년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나쁜 상태로 확인됐다. 특히 2금융권(비은행권)에서는 두 업종의 부실 지표가 1년 동안 약 3배로 폭증해, 더 적극적인 부실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말 비은행권(저축은행·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새마을금고 제외 상호금융조합 합산)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19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155조원)보다 24.9% 늘어난 수치다. 비은행권의 건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62조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4.2% 급증했다.
부실 지표 수준과 상승 속도는 더 심각하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5.51%, 3.99%를 기록했다.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3분기(1.77%, 1.55%)와 비교하면 1년 새 각각 3.1배, 2.6배 뛰었다. 비은행권의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7.34%, 5.97%에 달했다.
은행권의 부동산 업종 고정이하여신비율(0.27%)도 2021년 1분기(0.30%)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통계로 미뤄봤을 때 현재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전후 수년간 급등한 시기 이후 가장 나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이 연체율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겠으나,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은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경우 비은행권의 취약부문 부실 자산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 상승기에 앞서 대출 규모가 늘어난 부동산 관련 업종 연체율의 상승 폭이 최근 확대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은은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금융권에 선제 조치를 촉구했다.
따라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설사가 연쇄 도산하면 이들에 대출해준 금융회사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브리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사업장은 토지 경·공매를 통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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