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반응 전혀 없었다" 여직원 성추행 시의원 황당 해명

경남 양산시의회 직원, 남성 의원 성추행 폭로
"뽀뽀 자제 부탁드린다"…거절했는데도 지속
'술집 안 따라가면 이간질' 주장도…수사 착수

A 의원과 B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남 양산시의회의 남성 의원이 여성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시의원은 피해 직원이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표했는데도 성추행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해당 시의원은 “거부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민의힘 소속 양산시의회 A 의원이 2022년 7월부터 1년 넘게 시의회 여성 직원 B씨를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날 연합뉴스가 공개한 A 의원과 B씨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관련 정황이 담겨 있다.

"엉덩이 때린 건 지나쳐"…메시지에 성추행 정황

대화를 보면, B씨가 “위원장님, 저를 많이 아껴주시는 마음 정말 감사드리지만 아까 뽀뽀처럼 과도한 스킨십은 자제 부탁드린다”라고 말하자 A 의원은 “미안~ 도와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의미로 한 건데 내가 또 오바했네~ 또 자제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B씨가 “엉덩이 때리신 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과한 장난은 자제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A 의원은 “심하게 장난친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 밖에도 A 의원은 B씨를 ‘최애’, ‘이쁜이’ 등으로 부르며 사진을 여러 차례 보내달라고 하거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의원과 B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B씨에 따르면 A 의원 행동에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A 의원의 술자리 요청 등을 거절할 때마다 이런 괴롭힘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B씨는 16일 MBC에 "엉덩이를 때리거나 만지거나, (의원) 방에 갈 때마다 끌어안고 억지로 뽀뽀했다"며 마지못해 노래방이나 술집으로 불려 다녔다고 밝혔다.

B씨는 "따라가지 않으면 계속 직원들에게 이간질하거나 의원들에게 제 험담을 하면서 괴롭혔다"며 "불려 나가는 날마다 친구에게 추행 사실을 알리고, 노래방 주소를 보내주며 '혹시 잘못되면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A 의원은 자정이 지나 B 씨에게 전화하기도 했다.

전출 후 경찰에 신고…의원 "거부 반응 없었다"

결국, 최근 인사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B씨는 A 의원을 경찰에 신고했다. B씨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경찰은 A 의원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A 의원은 “거부하지 않아 괜찮은 줄 알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은 MBC에 “만약에 그게 기분 나빴다 하면 그 뒤에도 계속해서 표현돼야 되는데 거부 반응이라든지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A 의원에 대해 즉각 논평을 내고 “피해 여성은 하루하루 지옥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며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17일 양산시의회 앞에서 A 의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