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알쓸신잡]태영건설 살릴 '알짜' 에코비트는 어떤 곳?
폐기물 처리 사업 등으로 안정적 성장 및 실적
태영그룹 캐시카우…2~3조 몸값 거론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 우리나라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국내에선 매일 수십만t의 사업장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 한 폐기물 처리업체의 인수합병(M&A)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에코비트 매각'을 여러 자구안 중 하나로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종합 폐기물 처리업체인 에코비트가 태영건설을 살릴 히든카드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폐기물 산업에서 에코비트는 어떤 역할을 해 왔을까요?
2021년 국내 전체 폐기물 1억9700t 중 88.5%는 사업장 폐기물이었습니다. 때문에 국내 폐기물 위탁처리업체들은 생활 분야보다 사업장 폐기물 분야에 집중하고 있죠.
사업장 폐기물 처리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과점 시장입니다. 허민호·이희경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신규진입 업체는 관련 법률 규정과 시설 및 장비, 기술력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자본도 요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처리 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만큼 주민이 반발할 경우 신규 진입은 더욱 어렵고요.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에코솔루션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매립시장 1위 사업자입니다. 전국에 걸쳐 8개의 매립장을 갖고 있죠. TSK코퍼레이션에서 이어받은 수처리 사업 역량으로 시너지 효과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폐기물 에너지 사업 등을 통한 확장성도 갖췄는데요. 소각 스팀·열을 통한 부가가치 생산, 이차전지 재활용, 토양정화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560억원, 1253억원으로 약 17%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수년째 견조한 수익성을 보여주며 태영그룹의 '캐시카우'로 활약해 온 에코비트가 '알짜기업', '태영건설을 살릴 구원투수' 등으로 불리는 배경입니다.
공동매각 성사 가능성 예의주시하는 M&A 시장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고, 이 돈으로 태영건설을 살린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선 에코비트의 몸값이 2조~3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에코비트의 지분은 태영그룹 지주사 TY홀딩스와 KKR이 절반씩 나눠 갖고 있습니다. 최근 양측은 에코비트 지분 100%를 공동매각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에코비트 매각을 위해 KKR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분 50%의) 담보가액이 1조5000억원인데, 실제로 매각되면 훨씬 큰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태영건설이 계획대로 정상화되고, 에코비트도 새 주인을 만나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높은 몸값이 거론되는 만큼, 입찰 참여부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자금력을 가진 해외 대형 사모펀드 및 운용사에 인수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습니다. 스톤피크인프라파트너스와 맥쿼리자산운용, EQT파트너스,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에코비트의 매각엔 KKR의 최종 동의가 필요한데, KKR이 남은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에코비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KKR이 받은 배당금 합계는 약 800억원으로, 배당으로 지출한 금액이 순이익을 웃돌았습니다. KKR은 지금까지 에코비트에 1조3000억원가량을 투자했죠. 지난해 1월 KKR은 TY홀딩스에 4000억원을 대출해 주는 대신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잡았습니다. TY홀딩스의 재무 위험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면 KKR이 그 지분을 가져올 수 있는 조항도 계약서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폐기물 사업의 장래가 마냥 밝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2019~2020년 각각 11.5%, 7.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21년엔 1.3%에 그쳤습니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경기 둔화 영향 등으로 증가세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립·소각 처리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재활용률이 높아지는 변화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매립·소각 처리가격은 2020~2021년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허 연구원은 "매립 처리가격은 폐기물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 한 당분간 재상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별, 업체별 폐기물 매립·소각 처리가격은 폐기물 수급, 잔여 매립용량, 폐기물 종류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에코비트가 적정한 몸값을 책정받아 태영건설을 살리고 새로운 경영 체제에서 도약할 수 있을지, M&A 시장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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