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동남아서 꽃 피운 K편의점…숨은 주역 '두 사람'

조성필 2024. 1.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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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편의점 글로벌 1000호점 시대]⑤
정현석 BGF리테일 팀장 "K푸드 현지화 진행"
임백현 이마트24 부장"스트리트 푸드 차별화"

편집자주 - 국내 편의점은 1982년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뒤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흡수하며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대표 업태로 발전했다. 식료품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판매점을 넘어 우체국, 은행, 약국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가 만만치 않다. 편의점 시장의 포화, 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성장 동력이 줄고있다. 이에 국내 편의점은 이같은 난제에 대한 해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K편의점 해외 현장을 둘러보고, 편의점 업계가 당면한 해외시장 개척과 국내 시장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점검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편의점 시장은 사실상 일본이 재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장 수로는 세븐일레븐이 2400여개로, 2위 마이뉴스닷컴 600여개를 4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매출 면으로도 훼미리마트가 2016년 진출 이후 최상위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CU는 이러한 시장에 2021년 도전장을 던졌다.

정현석 BGF리테일 말레이시아 TFT팀장

정현석 CU 말레이시아 TFT팀장이 쿠알라룸푸르 미드 밸리 메가몰(Mid Valley Magamall)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CU 매장 출점과 관리를 총괄하는 정현석 BGF리테일 말레이시아 TFT팀장은 쿠알라룸푸르 미드 밸리 메가몰(Mid Valley Magamall)점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일본 식문화는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오래됐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지 젊은 층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K푸드를 가성비 있게 판매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CU는 2021년 4월 첫 점포를 연 뒤 1년 3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하며 말레이시아 최단기간 확장 기록을 달성했다. 정 팀장은 이 같은 연착륙 비결로 "한국음식과 상품만 고집할 게 아니라고 판단해 현지 대중 음식을 접목한 커리락사를 개발, 상품의 현지화를 진행한 점이 주효했다"며 "현재는 한국상품과 현지상품을 적절히 조화해 누구나 쉽게 방문해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2026년까지 매장을 5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청사진대로 풀린다고 해도 일본 편의점 대비 매장 수나 인지도 등은 여전히 추격이 필요하다. 정 팀장은 "CU는 실질적인 점포 수는 적으나 개점 속도는 연간 67개로, 세븐일레븐(61개)과 훼미리마트(52개)보다 빠르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단순 개점 숫자에서 벗어나 질적으로도 우량점이 될 수 있도록 현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백현 이마트24 해외사업팀 부장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당시부터 음식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편의점에서 주류 판매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말레이시아는 술을 금기시하는 무슬림 문화권이란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임백현 이마트24 해외사업팀 부장은 "컵밥이나 닭강정 등 스트리트 푸드를 차별화해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그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임백현 이마트24 해외사업팀 부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는 이마트24 매장의 즉석 조리 식품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선다. 한류 열풍이 한창인 말레이시아에서 컵밥, 떡볶이, 닭강정 등 스트리트 푸드를 한국에 가지 않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현지인에게 적중했다. 임 부장은 "한류 문화가 현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K드라마 등을 보면서 생긴 한국 문화에 대한 충동 또는 호기심 등에서 비롯된 어드벤티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무슬림은 이슬람에서 '허용된'이란 뜻의 할랄이 아닌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단순히 돼지고기와 술을 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이 포함된 고추장이 재료로 사용된 떡볶이도 먹어선 안 되는 수준이다. 율법에 따라 금지된다고 여겨서다. 이마트24도 이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임 부장은 "처음 말레이시아 시장 조사할 때 할랄이 중요한 지 알았지만 이렇게 민감한 지는 몰랐다"고 했다.

이마트24는 최근 먹거리 상품에 대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 라면을 골라 반숙란, 햄 등을 취향에 맞게 즉석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라면 스테이션을 들 수 있다. 임 부장은 "차별화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이마트24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으로, 향후 음료와 호떡, 나아가 K치킨 등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쿠알라룸프르(말레이시아) =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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