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연착륙한 K편의점… 일본은 아직 '넘사벽'

조성필 2024. 1. 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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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편의점 글로벌 1000호점 시대]④
CU·이마트24 진출 후 전역으로 세확장
한류 열풍에 컵밥·떡볶이 등 K푸드 인기

편집자주 - 국내 편의점은 1982년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뒤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흡수하며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대표 업태로 발전했다. 식료품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판매점을 넘어 우체국, 은행, 약국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가 만만치 않다. 편의점 시장의 포화, 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성장 동력이 줄고 있다. 이에 국내 편의점은 이 같은 난제에 대한 해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K편의점 해외 현장을 둘러보고, 편의점 업계가 당면한 해외시장 개척과 국내 시장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점검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여쯤 달리니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도심부(KLCC·Kuala Lumpur City Centre)가 나왔다. 이 도시의 상징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지나다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CU였다. 매장에는 한국 라면과 스낵, 음료 등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간판부터 상품까지 한국의 CU 매장을 그대로 옮겨온 모습이다. 매장에 마련된 간이 식탁에서 히잡을 쓴 현지 여성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다는 것이 다른 풍경이다. CU 관계자는 "지금은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모든 도시에서 이 광경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초대형 쇼핑몰 '가든즈 몰' 내부에 자리한 CU 매장.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많은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

한류 타고 말레이시아에 상륙한 K편의점

K편의점은 쿠알라룸푸르 도심부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현재는 CU가 140개, 이마트24가 50개로 모두 190개에 달한다. CU와 이마트24가 말레이시아에서 매장을 연 시기는 2021년부터다. 현지 유통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C·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 계약을 맺고 말레이시아 진출을 본격화했다. 시작은 CU가 조금 빨랐다. CU가 그해 4월, 이마트24는 두 달 뒤인 6월 첫 번째 매장 문을 열었다.

CU가 한국 편의점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입성한 계기는 말레이시아 편의점 기업 마이뉴스홀딩스의 구애로부터 시작됐다. 현지에서 마이뉴스닷컴이라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마이뉴스홀딩스는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과 격차를 좁히지 못해 고민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손을 내밀었다.

마이뉴스홀딩스가 CU를 선택한 것은 현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의 영향이다. K팝과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콘텐츠 속에 등장한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한국 여행이 불가능하여지자 마이뉴스홀딩스는 한류를 경험하길 원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K편의점을 그대로 옮겨오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2021년 4월 오픈 초기 CU 매장에는 K푸드를 맛보기 위해 수십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류 열풍은 이마트24가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는 데에도 한몫했다. CU가 먼저 깃발을 꽂았지만, 한류 열풍에서 비롯된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말레이시아 식품·유업체인 유나이티드 프런티어스 홀딩스는 이 대목에 주목해 이마트24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제안했다. 이마트24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말레이시아에는 2개 브랜드의 K편의점이 들어서게 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내 이마트24 세인트 메리(St. Mary)점 매장 모습. 떡볶이와 컵밥 등 K푸드가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

'승부수' K푸드 제대로 통했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편의점 매장의 매출 비중은 담배와 주류가 절대적이다. 매출 비중이 모두 30~40%로 한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8할이 담배와 술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다른 양상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신도가 전체 인구의 60%(약 2000만명)를 넘어설 정도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대표적인 무슬림 문화권으로 꼽힌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술은 물론 알코올이 포함된 음식조차 입에 대지 않는다. 담배는 금지된 기호식품은 아니지만 국내와 비교하자면 매출 비중이 현격히 떨어진다. 담배 판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매장조차도 매출 비중이 20% 초반대로 국내의 절반 수준이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K편의점이 국내 매장과 다른 모양새로 개점을 하게 된 배경이다.

CU와 이마트24가 말레이시아에서 매장을 열면서 국내와 차이점을 둔 포인트는 '스트리트 푸드'로 대변되는 즉석 조리 식품 코너다. 모든 매장이 계산대 옆에 즉석 조리 식품 코너를 마련해놨다. KLCC에 위치한 CU 로하스KL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산대 옆 즉석식품 코너에서 떡볶이와 오뎅, 닭강정, 콘도그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정현석 BGF리테일 말레이시아 TFT 팀장은 "한국의 즉석조리 음식들은 전체 매출의 40%가 넘을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며 "K-핫 닭강정, 로제 떡볶이, K-치즈 콘도그 등이 판매 상위 대표 상품들"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내 이마트24 세인트 메리(St. Mary)점 매장 내부에 설치된 컵밥 안내문. 컵밥은 해당 매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상품 중 하나다. /조성필 기자 @gatozz

이마트24 세인트 메리(St. Mary) 점도 계산대 옆에 즉석 조리 식품 코너를 만들고, 컵밥과 떡볶이 등을 팔고 있었다. 이 가운데 컵밥은 이마트24의 주력 즉석 조리 식품으로 꼽힌다. 겉모습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밥 모양이지만 맛은 더 맵고 짜서 자극적이다. 임백현 이마트24 해외사업팀 부장은 "한국에서 먹는 컵밥을 재현하기 위해 날리는 현지쌀 대신 우리 쌀과 유사한 일본 쌀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며 "출시 초기 맛이 너무 자극적이라 걱정했는데, 워낙 말레이시아인들이 맵고 짠 걸 좋아해 지금은 매출 톱 5 안에 들어가는 먹거리"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마트24는 한강 둔치에서 즐기던 라면 조리기를 도입해 최근 '라면 스테이션'을 일부 매장에 조성했다. 라면 조리기와 함께 한국 라면을 진열해 둔 공간으로, 한 매장의 경우 라면 스테이션 설치 이후 용기면 매출이 40%나 늘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이마트24 1호점인 방사 사우스(Bangsar South) 점 역시 평일 점심시간이 지나자 라면 스테이션 내 매대가 '텅텅' 비었을 정도로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일본 편의점 훼밀리파트는 오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때는 오뎅을 맛보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을 정도였다고 한다. /조성필 기자 @gatozz

여전히 높은 '벽' 일본

K편의점이 말레이시아에서 꾸준히 세를 불리고 있지만 일본 편의점은 넘어야 할 산으로 평가된다. 매장 수의 경우 세븐일레븐에, 매출에서는 훼미리마트에 뒤처진다. 특히 훼미리마트는 매장 운영 콘셉트에서도 K편의점과 유사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힌다. 실제로 이마트24 1호점 방사 사우스점 인근 훼미리마트에선 계산대 옆에 마련된 즉석 조리 식품 코너에서 튀김과 오뎅 등을 팔고 있었다.

특히 오뎅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지금의 훼미리마트 위상을 만들어준 '효자' 먹거리다. 임백현 이마트24 해외사업팀 부장 부장은 "이마트24와 CU도 팔고 있는 음식이지만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오뎅하면 훼미리마트란 이미지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했다.

세븐일레븐이 최근 매장 콘셉트를 바꾸기 시작한 점도 악재로 꼽힌다. 세븐일레븐은 1984년 첫 매장을 연 뒤 현재 2400여개를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내 최대 편의점 업체다. 그동안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처럼 담배나 가공식품 판매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들어 K편의점이나 훼미리마트처럼 즉석 조리 식품 코너를 설치하는 매장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훼미리마트에 이어 압도적인 매장 수를 지닌 세븐일레븐까지 유사한 콘셉트로 매장을 유지할 시 K편의점의 세 확장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일본 훼밀리마트의 한 점포 내부 모습. 삼양 불닭볶음면 등 K푸드가 다수 진열돼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

CU와 이마트24가 말레이시아 입성 당시 전면에 내세운 한국 라면, 과자 등 K푸드를 현지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점도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다. 그동안 K푸드는 한국 매장의 전유물이었지만 한류 열풍으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현지 업체도 공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K편의점은 또다시 차별화 전략과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

CU와 이마트24는 이같은 난제 속에서 꾸준히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로 확장하기 위한 거점이기 때문이다. GS25가 베트남을 기점으로 인근 국가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CU와 이마트24에는 말레이시아가 전초기지다. 실제 이마트24의 경우는 말레이시아 입성 이후 싱가포르와 캄보디아로 진출을 확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도 계속 검토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CU 관계자도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 시장의 물류·상품 공급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쿠알라룸프르(말레이시아) =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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