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무리뉴 경질' AS로마, 후임으로 다니엘레 데로시 선임...'토티 후계자' 레전드의 귀환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조세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AS로마(이탈리아)가 구단 레전드 다니엘레 데로시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로마는 1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데로시를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다"라면서 "데로시가 2024년 6월 30일까지 팀을 이끌게 됐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 18년간 로마에 헌신한 데로시는 감독으로 귀환할 예정이며, 첫 경기는 이번 주말 엘라스 베로나와의 세리에A 홈경기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댄 프리드킨 구단주는 "구단 감독 역할을 데로시에게 맡길 수 있게 돼 기쁘다. 언제나 데로시를 정의해 온 야망과 리더십이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는 데로시와의 깨지지 않는 유대감을 알고 있었다. 향후 몇 개월 동안 팀을 이끌고자하는 그의 열정은 선수들을 위한 가이드가 되고 클럽 가치에 맞는 자랑스러운 대표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확신하게 해줬다"라고 데로시 선임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다니엘레"라고 구단 레전드의 귀환을 환영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데로시는 로마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2001년 로마 1군에 데뷔했고, 2019년 팀을 떠날 때까지 18년 동안 로마 유니폼을 입고 헌신했다. 구단 최고 레전드 프란체스코 토티가 은퇴한 후 로마의 왕자라는 칭호를 물려 받은 또다른 레전드 중 한 명이다.
18년 동안 모든 대회를 통틀어 616경기에 출전하며 구단 역대 최다 출전 기록 2위에 올랐으며 이 기간 동안 63골을 넣었다. 2007년과 2008년 코파 이탈리아 2연패를 경험했고, 2007년에는 수페르코파 이탈리아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17경기를 뛰는 동안 토티, 시모네 페로타 등 로마 동료들과 함께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서 활약한 데로시는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다만 아직까지 감독으로서 이뤄낸 것은 전무하다. 2022년부터 세리에B SPAL 감독직을 맡았으나 성적 부진으로 지난해 2월 경질됐다. SPAL은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리에C까지 강등되고 말았다.
이후 무직 신세였던 데로시는 무리뉴를 경질한 로마에 감독으로 전격 복귀하면서 레전드의 귀환을 알렸다.
데로시는 로마 구단을 통해 "로마의 감독 역할을 맡겨준 프리드킨 가족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 헌신과 매일의 희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바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설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로마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모두를 기다리는 일은 이미 정해졌다. 경쟁력을 갖고, 목표를 위해 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시간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는 나와 구단 모든 직원들이 설정한 최우선순위 목표"라며 성적 반등에 온 정신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레전드의 귀환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무리뉴의 경질과 데로시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데로시 선임을 공식화하기 전, 로마는 무리뉴 감독 경질을 알렸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무리뉴 감독과 그의 코칭 스태프들이 즉시 클럽을 떠난다는 걸 확인했다. 무리뉴 감독은 2021년 5월 로마의 60번째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2022년 5월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 시즌 부다페스트에서도 결승까지 올랐다"라며 무리뉴 감독과의 결별 소식을 전했다.
로마의 구단주인 댄 프리드킨과 라이언 프리드킨은 구단을 통해 "우리는 로마에 온 이후 무리뉴 감독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에 대해 모두를 대신해 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무리뉴 감독이 로마에서 있는 동안 함께한 멋진 추억을 항상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구단에 즉각적인 변화가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무리뉴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이 앞으로의 노력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라며 무리뉴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또한 로마는 "새로운 1군 코칭 스태프에 대한 추가 업데이트가 이어질 예정이다"라며 무리뉴 감독 이후 로마의 61번째 사령탑이 될 인물과 코칭 스태프가 정해진 뒤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로마가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성적 부진 탓이 유력하다. 로마는 현재 리그 20라운드를 기준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 9위에 위치해 있다. 유럽 대항전 티켓이 걸린 6위와의 승점 차는 4점,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을 수 있는 4위와의 승점 차는 5점이다.
다만 아직 리그 일정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 두고 본다면 로마가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무리뉴의 입지는 지난 10월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2021-22시즌 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로마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개막 후 3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던 로마는 4라운드 엠폴리전에서 7-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듯했으나, 이어진 토리노와의 경기에서 비긴 데 이어 제노아에 1-4 대패를 당했다. 이후 한동안 연승을 달렸으나 인터 밀란, 라치오 등 주요 팀들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지난해 10월 포르투갈 매체 '헤코르드'는 "무리뉴 감독은 로마와의 계약이 끝난 뒤 팀을 떠날 게 확실해 보인다"라며 무리뉴 감독이 로마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로마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
무리뉴는 직접 "우리는 팀 정신이나 과거를 위해 노력하려는 집단적 노력의 결과인 견고함을 잃었다. 이번 시즌은 내 커리어에서도 최악의 시즌이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수들과 함께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이적할 기회가 없고, 누구도 떠나거나 합류할 수 없다. 우리는 울 시간이 없다. 마음이 아프면 속으로 울 수는 있다. 로마 팬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며 반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분위기는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말부터는 결과까지 챙겨오지 못했다. 특히 로마는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를 거뒀고,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8강전에서 라이벌 라치오에 패배해 탈락했다. 이에 로마 구단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무리뉴 감독과 결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풋볼 이탈리아는 "무리뉴는 지난 30년 동안 50경기 이상을 지휘한 역대 로마 감독 중에서 경기당 평균 득점이 가장 낮을 정도로 잔인한 경기력을 보였다"라면서 "로마는 이미 몇 달 전에 '스페셜 원(무리뉴 별명)'을 떼어낼 때가 왔다고 느꼈다. 무리뉴는 영향력이 큰 감독이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못했고, 로마라는 팀이 세리에A 9위를 차지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무리뉴가 경질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무리뉴는 지난 15일 AC밀란 원정에서 1-3으로 패한 후 선수들이 더 이상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처럼 느꼈으며, 사임할 준비를 이미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 또한 밀란 원정을 떠나기 전부터 무리뉴를 경질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후임으로 데로시를 내정한 상태였다. 그리고 밀란전 이후 무리뉴를 경질한 뒤 빠르게 데로시 선임을 완료했다.
사진=연합뉴스, 로마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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