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 ‘수주전’, 부산으로 몰린다
‘하반기 대어’ 망미주공, 7월쯤 시공사 선정
부산역·북항개발 등 ‘원도심 탈바꿈’ 예고
올해 대형 건설사들이 부산에서 ‘아파트 시공권’을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경쟁 입찰’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부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수주 열기가 뜨겁다. 특히 부산은 도심에 낙후지역이 집중돼 있고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가 많아 다른 지자체에 비해 ‘도시재생 이슈’가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진구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촉진지구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촉진 2-1구역 조합)의 시공권 수주를 놓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사업비만 1조원이 훌쩍 넘는 도시정비사업 ‘대어’다. 과거 하야리아 미군 부대가 있던 자리로, 구릉지가 많은 부산에서 보기 드문 평지라는 이점도 있다. 또 서면까지 도보로 5분이면 이동 가능해 숲세권과 역세권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입지에 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4일 홍보관을 오픈하면서 본격 수주 경쟁을 알렸다. 삼성물산은 몇년간 아파트 수주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작년 말 미래형 주거모델인 ‘넥스트홈’을 공표하면서 사실상 ‘주택사업 부활’을 알렸다. 삼성물산은 촉진 2-1구역 수주에 임하는 각오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표현했다. 그간의 행보를 감안하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도 이번 수주만큼은 반드시 따내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은 포스코이앤씨에겐 전통적으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해운대 더샵 센터파크 조성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만큼, 촉진 2-1구역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최고급 마감재를 제안하면서 ‘명품 주거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부산에서 부동산 가치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수영구에서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수영구 광안3구역 재개발 사업장은 최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고 현재 입찰 공고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오는 4월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는 물론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영구 수영1구역 재개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7708억원으로 예상된다. 수영구 민락2구역 재개발(최고 38층·952가구 조성) 조합은 최근 건설사 7곳을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GS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두산건설, 금호건설 등이 참여했다. 오는 2월 6일 입찰 마감이다.
올 하반기 재건축 대어도 기다리고 있다. ‘연산5구역(망미주공아파트, 1986년 준공)’은 남천동 삼익비치에 이어 부산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재건축 사업장이다. 오는 2월 조합설립 인가가 나면 7월쯤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망미주공은 부산 최초로 1층 단독형 테라스를 적용하고, 필로티 구조를 도입해 준공 당시 혁신적인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단지 내 초·중고교를 품고 있으며 무엇보다 광안대교 조망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정비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현장소장은 “부산 발전의 청사진을 감안하면 앞으로 조망권은 더욱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라며 “해당 사업장은 테라스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단지가 크기 때문에 조 단위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부산광역시 전체 아파트 가구 수(89만5223가구) 가운데 30년을 초과한 가구는 22만5989가구(25.2%)에 달한다. 노후 아파트 비중은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구별로 보면 30년 초과 아파트 비중은 ▲사상구(49.5%) ▲영도구(49.4%) ▲중구(44.0%) 순이다. 주택 재개발·재건축 등 향후 주택사업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굵직한 SOC(사회간접자본) 개발 이슈가 몰려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산역 주변과 부산 북항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원도심이 완전히 탈바꿈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설, 토목 관련 기업들에겐 하나의 큰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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