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대학·병원평가도 하는데…게으른 국회, 성적표 매겨야"
1년 6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한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게으른 국회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정치인도 매년 평가를 통해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저성장·저출생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존망(存亡)의 갈림길에 처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무능함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거주지인 서울 종로 불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에 대해서는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Q : 당에 복귀 신고를 마쳤다. 국회 사무총장으로 지켜본 국회는 어땠나.
A : “정치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Q : 어느 정도인가.
“미국 연방하원의 본회의는 1년에 100차례 열린다. 한국 국회는 37회에 불과하다. 상임위 회의 횟수는 우리가 500회, 미국 하원은 3000회다. 그러니 민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거다.”
Q : 해법이 있나.
A : “정치인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 손흥민·이강인 선수도 매 경기 평가를 받는다. 기업인은 기업공개와 주주총회를 거친다. 대학평가·병원평가도 있다. 정치인도 일자리와 주거, 보육·교육, 노후·연금 정책에 무얼 했는지를 기준으로 1년마다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 말 잘하는 이미지?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다.”
Q : 윤석열 정부도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내세웠다.
A : “방향은 좋았고,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이 없었다. 교육개혁 얘기하더니 ‘킬러 문항이 문제다. 조사하라’고 했다. 연금개혁도 ‘많이 내고 늦게 받자’는 산수만 얘기만 할 뿐, 자기 입장이 없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강원지사를 지낸 이 전 사무총장은 “기업인과 함께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인 공직자의 엔진이 현 정부에서 멈췄다”며 “감사원이 직권남용·직무유기로 ‘정치 감사’를 벌이니 부처 공무원이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Q : 이번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A :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3년 차 중간 평가로 본다. 정부가 민생·경제에 무능하고 소통하지 않으니, 국민의 과반이 반대하는 거다.”
Q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86 기득권 척결론’을 내세웠다.
A :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86 운동권’ 출신이고,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기득권 세력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다. 한동훈 위원장은 국민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불통부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Q : 야당이 분열한다는 진단도 있다.
A : “국민은 (정권 심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도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 것이다. 다만 민주당도 통합된 모습과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이해찬·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 같은 원로 그룹, 그리고 우상호·최재성 등 불출마 선언을 한 중진 그룹과 70·80년대생 신진까지 묶는 통합 선대위가 필요하다. ”
Q :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2선 퇴진’ 주장도 있다.
A :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14%로 떨어졌다고 사퇴하라고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이른바 ‘집토끼’(고정 지지층)는 이 대표가 튼튼하게 만들어가고, ‘산토끼’는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하면 된다.”
이 전 총장은 여야의 현 상황에 대해 “상대를 공격해서 내부를 결집하는 후진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수가 산업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은 현재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진보가 이룬 민주화 성취 뒤엔 전 세계 1위 갈등 사회가 됐다”며 “성과는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Q : 서울 종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A : “저도 사람인데 종로에 애착이 왜 없겠나. 여기서 대학 시절 야학도 했고, 제가 노무현 대통령께 서울 종로 출마를 건의하고 먼저 올라와 30년을 지냈다. (19·20대 지역구 의원을 지낸) 정세균 전 총리와 선거 준비도 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 사위와 경쟁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Q : 권양숙 여사의 부탁이 있었나.
A : “그런 건 아니다. 스스로 결심했다.”
Q : 다른 출마 지역은.
A : “선당후사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역구가 미래를 열어갈 만한 일터였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께서 인천·부산 경제자유구역과 세종시, 그리고 여러 혁신도시를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런 곳에 플러스알파를 하고 싶다. 빈 살만의 ‘네옴시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도시’ 같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오현석·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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