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엔 2억, 신혼부부엔 '1만원 아파트'…돈쏟는 지자체 [저출산이 뒤바꾼 대한민국]
강진군, 자녀 1명당 5040만원 지급
지난 10일 전남 강진군에 거주하는 김미나(42·여)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지난해 4월 6일 세쌍둥이를 출산한 후 매달 420만원씩을 받고 있다. 강진군은 2022년 10월부터 자녀 1명당 월 60만원, 생후 7년간 최대 5040만원을 지급한다. 그는 “요즘처럼 아이들한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대엔 강진이 아니면 세 아이를 키우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강진군의 지난해 출생아는 154명으로 육아수당 시행 전인 2022년(93명)보다 1년 새 65.6%(61명) 늘었다.
1억2430만원 지원…영동군 등 ‘봇물’
다른 지자체도 거액의 출산 지원금을 쏟아내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올해부터 지역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면 최대 1억2430만원을 준다. 자녀가 태어나 8세가 될 때까지 아동·양육·부모수당을 합쳐 3380만원을 지급한다. 입학하면 축하금·장학금·통학비 등을 합쳐 2750만원을 받는다.
영동군은 45세 이하 청년부부가 이주해오면 정착금으로 5년간 1000만원을 준다. 신혼부부가 주택 관련 대출을 받으면 3년간 최대 600만원의 이자를 지급하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도 축하금과 의료비 등 최대 4700만원을 지원한다.
빈집 임대 사업, 전국적 확대 추세
전남 나주시는 한 걸음 나아가 지난해 12월 ‘0원 주택’ 30가구를 공급했다. 나주에 직장을 둔 타지역 청년이 대상이며, 올해 70가구를 더 공급한다. 또 출산장려금 지급 시 6개월 의무거주 조건을 없애 하루만 거주해도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이상 1000만원을 받도록 했다. 나주시 출생아 수는 지난해 735명으로 전년도(680명)보다 8.1%(55명) 늘었다.
전남지역 시군이 임대주택 공급 후 인구가 증가하자 전남도까지 나섰다. 전남도는 2035년까지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을 추진한다. 1년에 100~200가구씩 총 1000가구를 건립해 공급한다. 대상은 전남 22개 시·군 중 인구소멸지역인 16개 군(郡) 지역이다.
14조 쏟아붓는 서울시…난임 지원책 차별화
서울시가 차별화한 정책은 난임 지원책이다. 서울에 사는 모든 난임 부부에게 회당 최대 100만원까지 시술비를 지원하고, 난자 냉동 시술을 원하는 30~40세 여성에게 최대 200만원을 준다. 난임 시술로 증가하는 쌍둥이(다태아)를 위해 자녀안심보험 가입비도 전액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육아수당이나 ‘1만원 아파트’ 등을 통해 저출산 속도라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인구학회지에 게재한
「1992~2021년 한국 출생아 수 변화 요인」
을 통해 “저출산 추이를 반전시키지 못하더라도,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면 인구변화 대응에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원도 좋지만…“일자리·육아환경 갖춰져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자리와 주거, 아이들이 크는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효과가 작다”며 “수도권과 지방, 각 지역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저출산 지원책과 함께 연령과 관련 없이 누구라도 와서 살기 좋은 ‘사람 친화적인 고장’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이민이라도 늘리자”
서울시 등에서는 이민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이민정책과 관련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면 외국인 근로자를 지금보다 4배 이상 더 고용해야 한다”며 “해외 고급 인력에 영주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숙련직·전문직 이민을 활성화하고, 외국의 기술·투자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최경호·문희철·박진호·김정석·황희규·안대훈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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