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공짜 야구 시청은 끝났다

김준엽 2024. 1. 1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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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재편된 후 마지막 쟁탈전이 벌어진 분야는 스포츠다.

OTT끼리 과열 경쟁으로 영화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자연스레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내 OTT들은 스포츠 콘텐츠 확보가 더 절박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보다 콘텐츠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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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문화체육부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재편된 후 마지막 쟁탈전이 벌어진 분야는 스포츠다. 스포츠만큼 검증된 콘텐츠도 없기 때문이다. OTT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실감했다. 무엇보다 성공하는 공식을 찾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반면 스포츠는 명확하다. 두 팀이 대결해서 한 팀이 이긴다. 매번 같은 경기를 하는 것 같지만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OTT끼리 과열 경쟁으로 영화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자연스레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10년간 메이저리그사커(MLS)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넷플릭스도 ‘넷플릭스컵’ 골프대회를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의 물꼬를 텄다.

국내 OTT들은 스포츠 콘텐츠 확보가 더 절박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보다 콘텐츠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할 차별화 전략으로 스포츠 콘텐츠만 한 게 없다.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K리그, 스페인리그, 분데스리가, 리그앙 등 주요 해외 축구경기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전 경기 생중계 등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공격적 행보에 나서자 티빙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잡았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티빙이 큰 금액으로 우선협상권을 따내자 당장 “앞으로 프로야구를 돈 내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보편적 시청권’을 본협상에서 중요한 항목으로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칫 섣부른 유료화로 팬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 행사를 일반 국민이 시청할 권리를 일컫는 말로 방송법 2조 25항에 정의돼 있다. 단, 같은 법 76조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차별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이 무료를 의미하는 건 아니란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를 유료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금 티빙에 필요한 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티빙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티빙은 웨이브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티빙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눈앞에 수익보다 집객(손님 모으기)이 먼저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단, ‘무료 체험’ 기간 이후 본격적인 유료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무료로 프로야구를 중계했다. 대신 경기 중간이나 하이라이트를 볼 때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으로 비용과 수익의 균형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이 네이버보다 많은 돈을 지불했다는 건 이 방식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관건은 스포츠 중계 유료화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다. 지상파 TV가 주류였던 시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겠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케이블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메이저리그(MLB), 미프로농구(NBA), 프리미어리그(EPL) 등은 지금은 전부 OTT를 통해 유료로 결제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걸 가지고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됐다고 하긴 어렵다. 해외에선 당연한 과금 체계이기도 하고, 해당 종목이 전 국민적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OTT를 결제하는 것처럼 보고 싶은 경기가 있으면 돈을 내고 볼 뿐이다. 이제 프로야구도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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