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현실 남매

2024. 1. 1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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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사이만큼이나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게 형제자매 관계가 아닐까.

사회적으로 2촌 관계이며 생물학적으로 같은 부모에게서 DNA를 물려받은 특별한 관계가 내게도 있다.

부모 다음으로 긴 시간 지속하고 있는 관계이지만 서로 가까운 사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음력 생일을 쇠는지라 한 해를 넘기고서야 생일을 맞는 동생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2주 전부터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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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부모와 자식 사이만큼이나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게 형제자매 관계가 아닐까. 사회적으로 2촌 관계이며 생물학적으로 같은 부모에게서 DNA를 물려받은 특별한 관계가 내게도 있다. 친구, 연인, 혈육 등 나의 삶을 구성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가장 잘 알지 못하는 인물, 바로 남동생이다. 부모 다음으로 긴 시간 지속하고 있는 관계이지만 서로 가까운 사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놀이와 싸움을 반복하며 유년기를 공유했던 시절을 빼고는 함께 나눈 시간과 추억이 많지 않으니 우애는 있어도 자연스레 외동딸, 외동아들이 되었다.

지난주 동생의 생일이었다. 음력 생일을 쇠는지라 한 해를 넘기고서야 생일을 맞는 동생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2주 전부터 고민했다. 선물 고민 시즌이 다가오면서 직장동료만도 못한 누나라는 게 여지없이 들통났다. 아는 것이라고는 직업, 사는 곳, 전화번호, 혈액형 같은 개인정보 수준. 동생의 취향, 행복과 슬픔, 가치관처럼 삶의 중요한 요소들은 전혀 몰랐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익숙함과 당연함은 소홀함과 무심함으로 굳어갔다. 필요한 것 사라며 현금을 주거나 호불호 없는 물건 위주로 선물을 챙기면서 체면치레만 했기에 이번에는 달리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자라오는 동안 동생으로만 대했지 한 개인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선물 리스트를 뽑아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필요한 걸 말하라며 종용해 버리면서 또다시 체면치레만 해버렸다.

형제자매는 성장 체험이 유사해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대이고 평생 상호작용을 한다. 그래서 다른 인간관계보다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동생의 취향을 잘 아는 다정다감한 누나는 못 될지언정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든든한 지지자, 인생의 동료 같은 존재가 되어주리라 다짐하며 남동생의 생일을 축하했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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