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쟁 시 韓 영토 수복"… 전쟁 우려 높아진 한반도

남가희 2024. 1.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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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전문가들 "동북아 핵전쟁 일어날 수 있어"
국내선 "내부 분열 조장 심리전"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9일 중요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대한민국은 주적(主敵)'이라는 발언을 하며 이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연일 대화는 끊고 대결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진짜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인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주민들이 '삼천리금수강산', '8000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공화국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만들 것"이며 "미국에는 상상해 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그는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전쟁 언급이 단순 '허세'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의 협상 대표로 나선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독려로, 또는 독려가 없더라도 동북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자산과 동맹에 핵 위협을 가해 중국을 지원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밖에도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는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북한의 대남 정책에 근본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주장, 행동 이어가는 데에는 체제 불안감, 자신감 결여, 흡수 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내부 불만을 대남 적개심으로 돌리는 동시에 자신들의 대남 노선 변경 책임을 우리 정부에게 전가시켜서 내부 분열 조장하려는 심리전 일환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오늘 연설의 궁극적 목적은 민족관계 폐기를 통해 한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에서 제거하고 북미가 온전한 당사자라는 것을 대미 메시지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고 실제 전쟁 도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홍 연구위원은 "2018~2019년 한국을 활용 북미 대화를 했으나 3자 구도로는 북한식 셈법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와 더 나아가 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압박을 가하는 방해자로 인식했다"며 "한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에서 배제하기 위해 '민족관계'를 폐기하고 정전협정 상의 교전국으로 정의하는 수순을 밟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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