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기업의 뉴스 무단 사용,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뉴스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뉴욕타임스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제작한 저널리즘 콘텐트를 (생성형 AI 기업이) 무료로 활용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없이 대체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픈AI는 뉴욕타임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박문을 냈다. 그러면서도 뉴욕타임스와 상호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 NYT와 오픈AI의 저작권료 소송
업계의 미래 결정할 분쟁의 시작
뉴스 이용 합리적 보상안 찾아야
」
지금 대부분의 인공지능(AI) 기업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뉴스 콘텐트를 사용하고 있다. 챗봇을 활용해 원본 기사에 대한 출처 표시 없이 새로운 콘텐트를 생성하는 관행이 일상화돼 있다. AI와 뉴스저작권 논쟁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번 소송은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저널리즘 영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가장 영향력 있는 생성형 AI의 대표주자인 오픈AI 사이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법적 다툼은 필연적으로 업계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뉴스 저작권 논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AI 정책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 마크 로텐버그 교수는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와의 인터뷰에서 “고품질 데이터가 필요한 AI 모델이 뉴욕타임스의 콘텐트를 복제할 수 있다면 이 거대 언론사도 파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광고 독식으로 수많은 언론사가 파산한 가운데 전투에서 살아남은 뉴욕타임스가 AI 시대가 도래하자 자신도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번 소송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구글과는 개별 협상에 성공했지만, 오픈AI와는 수개월에 걸친 논의에도 뉴스저작물 사용료 계약을 체결하는 데 실패했다. 물론 오픈AI와 뉴스 저작권료 관련 이미 합의에 도달한 언론사들도 존재한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AP통신이, 지난달에는 독일 악셀스프링거가 AI 훈련 및 챗GPT 답변 생성에 자사 기사를 사용하도록 오픈AI와 계약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오픈AI는 악셀스프링거에 과거 기사와 앞으로 생성되는 기사를 받는 조건으로 연간 수천만 유로를 지불할 예정이다. 뉴스코프도 오픈AI를 비롯해 여러 AI 기업과 협상에 나섰다. 기술 및 비즈니스 전문 매체인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최근 오픈AI는 일부 언론사와의 협상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 훈련에 사용할 뉴스 콘텐트 사용료로 연간 100만~5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소규모 언론사라 해도 너무 적은 금액이라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오픈AI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따라잡기에 나선 애플도 AI 훈련에 언론사 콘텐트를 사용하기 위해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AI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품질의 뉴스 콘텐트를 누가 더 빨리 확보하느냐도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뉴스 저작권 관련 협상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AI 기업들과의 협상이 구체적 기준 없이 개별적으로 진행된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뉴스 사용료 협상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즉, 고품질 뉴스를 축적해온 소수의 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뉴스 저작권료 지급 대상의 범위 제한은 필연적으로 경쟁 왜곡을 초래하고, 미디어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러한 거래가 언론사에 일시적으로 이익이 된다 하더라도 AI 산업의 부상으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은 여전히 언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챗GPT같은 AI 서비스에서 뉴스 소비가 대중화하면 트래픽 중심의 디지털 광고 수익이 급감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언론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부터 뉴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뿐 아니라 뉴스 저작권료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기준, 나아가 AI 산업과 저널리즘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더는 늦출 수 없는 이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이름이 뭐라고!""이길여!"…92세 총장, 그날 왜 말춤 췄나 | 중앙일보
- 뉴진스 민지, 칼국수 발언 뭐길래…결국 사과문까지 올렸다 | 중앙일보
- 누군 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건 바로 이 '마법' | 중앙일보
- 이정후 "내 동생이랑 연애? 왜?"…MLB까지 소문난 '바람의 가문' | 중앙일보
- 의사 자식들은 공부 잘할까…쌍둥이가 알려준 ‘IQ 진실’ [hello! Parents] | 중앙일보
- 수영복 화보 찍던 베트남 모델, 누운채 오토바이 타다 감옥갈 판 | 중앙일보
- "이선균 산산조각 났다, 일종의 청교도주의" 프랑스 언론의 일침 | 중앙일보
- 절박·찐팬·조직력 '3박자'…돌아온 트럼프, 더 세졌다 | 중앙일보
- 밸리댄스 가르치다, 장례 가르친다…일자리 빼앗는 저출산 공포 [저출산이 뒤바꾼 대한민국] |
- "비장의 무기" 조삼달 다녀간 그곳…제주 '사진 명당' 어디 [GO로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