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이승만,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사진
세계 역사에서 건국 대통령치고 이승만 만큼 폄하된 인물도 드물다. 이 전 대통령은 기념관도 없고, 동상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1달러 지폐에 나오고 수도 등 150여 개 지명에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몇 안 되는 이 전 대통령 동상도 수난을 당해왔다. 대전 배재대 졸업생들은 1987년 동문 대 선배인 이 전 대통령 동상을 캠퍼스에 세웠다. 배재대는 1885년 선교사 아펜젤러가 서울 정동에 설립한 배재학당이 모태다. 배재학당 대학부는 1925년 폐지됐다가 1980년 대전에 캠퍼스를 만들면서 부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세 때인 1894년 배재학당 영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이 동상은 철거와 다시 세우기를 반복했다. 좌파 시민단체 등이 “독재자 흔적을 지워야 한다”며 문제 삼아서다. 2018년에는 대전 시의회까지 나서 철거를 요구했다. 당시 대전시의원 22명 가운데 21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인천 인하대에 있던 이 전 대통령 동상은 1984년 운동권 학생들 때문에 철거된 이후 창고에 보관 중이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국내외에서 이승만 대통령 바로 알기 운동과 함께 기념관이나 동상 건립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지난해 3월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게 기폭제가 됐다. 기념관 건립 기금 모금에는 윤석열 대통령부터 일반 시민까지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다.
모금 운동은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부산지역 주요 인사 400여명을 주축으로 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한 부산광역시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이승만 바로 알기 캠페인과 강연·포럼·토크쇼 등을 하며 기념관 건립 기금을 모을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이승만 대통령은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2년 독립 유공자를 선양하기 위해 시작한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이 전 대통령이 뽑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민주당은 “친일파 청산을 방해한 독재자”라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아직도 이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세력이 많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절대적인 공(功)이 있다. 북한과 정반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끈 점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2023년 마지막 날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보여줬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한반도의 밤 이미지를 공유했다. 머스크는 ‘낮과 밤의 차이(Night and Day Difference)’라는 제목과 함께 ‘미친 발상(Crazy Idea): 한 나라를 자본주의 반, 공산주의 반으로 나누고 70년 후에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자’는 글을 달았다. 건국 대통령 평가는 이 사진 한장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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