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블랙핑크 60년전 김시스터즈 있었다
한국 원조 걸그룹들을 불러낸 쇼 뮤지컬 ‘시스터즈’가 15일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받았다.
‘시스터즈’는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가 연출을 맡아, 지난해 초연한 작품이다. 남성 배우 팬덤 중심의 베스트셀러 뮤지컬에 관객 쏠림 현상이 심했던 지난해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우리네 걸그룹의 역사·음악을 총망라한 무대가 빛났다.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 한국전쟁 중 미8군, 베트남전 발발 후 미군 베이스 캠프가 이동한 동남아·북미 무대까지, 당대 걸그룹의 이야기가 지금과 다른 듯 또 얼마나 닮았는지. 예컨대 이 뮤지컬에서 조선악극단 출신 ‘저고리 시스터’ 멤버였던 이난영은 자신의 두 딸과 조카로 ‘김시스터즈’(사진)를 탄생시키며 조선 최초 아이돌 프로듀서가 된다. 김시스터즈를 미국 진출시키며 그는 이렇게 당부한다. “이것만 기억해라. 첫째 성공하기 전까진 남자를 사귀어선 안 된다. 둘째 악기를 배워야 경쟁력이 있다….”
그들의 삶이 곧 대중음악 역사였다. 미군 아버지가 물려준 외모를 감추려 수녀가 되려던 김인순은 음악으로 삶을 꽃피웠다. 판자촌 출신 윤복희는 루이 암스트롱과 한무대에 선 ‘한류스타’가 됐다. 여든을 앞둔 지금껏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1990년대 기획사 출신 걸그룹을 ‘1세대’로 부르며 K팝이 지워온 80여년 역사다.
지난해 9월 ‘시스터즈’ 공연 후 커튼콜 무대에 초대된 윤복희는 왕년 못지않은 트위스트를 선보이며 “행복하다” 했다. ‘바니걸즈’ 멤버 고재숙, ‘이 시스터즈’의 김희선(김명자에서 개명)도 60년만의 관객 만남에 눈시울을 붉혔다.
‘시스터즈’는 향후 2년 정도 각 가수의 인생사를 보강해 돌아올 예정이라고 공동 제작사 신시컴퍼니측은 밝혔다. 블랙핑크 등 K팝 걸그룹의 글로벌 제패가 반갑다. 그 뿌리를 더 정교하게 살핀 ‘시스터즈’ 두 번째 시즌을 기다린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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