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오를 줄 알았는데…1330원대로 떨어진 원화값
지난 연말 1200원대를 찍었던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새해 들어 갈수록 떨어지면서(환율은 상승) 1330원대까지 밀렸다. 당분간 ‘강(强)달러’ 기조에 힘이 실리면서 원화값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1.6원(0.9%) 떨어진 133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일(1342.9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지난해를 1288.0원(12월 28일)으로 마감한 원화값의 올해 하락 폭은 43.8원에 달한다. 1월 들어 이틀만 오르고 꾸준한 내림세를 보였다.
원화 약세 배경엔 미국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 약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기대엔 찬물을 뿌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면 인플레이션 (수치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미국 금리 인하는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이달 초 90% 수준까지 올랐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기 지표는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4%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3.2%)를 웃돌았다. 실업률 등 고용 지표도 탄탄한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스티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으로 미 Fed의 금리 인하가 기대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동·대만 등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문제도 환율을 흔드는 요인이다. 미국·영국이 친이란 무장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공격하고, 이란은 이라크 내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미사일로 타격하는 등 중동에 드리운 전운이 짙어졌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가 ‘친미’ 성향인 민진당 라이칭더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중국·대만의 양안 이슈도 새로 대두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경제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해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앞서 15일에도 양안 관계 악화 우려에 따른 위안화 약세와 연동해 원화값이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연말 100선까지 떨어졌다가 16일 들어 103으로 올랐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위험 회피 같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강달러와 원화 약세가 좀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1350원까진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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