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드리블·아름다운 왼발 슛…골든 보이, 축구의 신을 소환하다
‘골든 보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강인은 15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2골을 터뜨려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16일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한 요르단과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2골이 모자라 조 2위로 출발했다.
바레인전은 ‘특급 왼발’을 앞세운 이강인의 원맨쇼였다. 양 팀이 1-1로 맞선 후반 11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패스를 받아 상대 정면에서 왼발 인프런트 킥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발끝을 떠난 볼은 크게 휘어져 날아간 뒤 왼쪽 골포스트와 몸을 던진 상대 골키퍼의 손끝 사이 좁은 공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한 골 차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23분에는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패스를 받아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플레이 메이킹 능력도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날카로운 침투 패스, 상대 수비수 한두 명을 가볍게 제치는 화려한 개인기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는 사이 해결사 역할과 전술 구심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강인은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대표팀의 중원 사령관으로 차츰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한국은 바레인전 포함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22골을 몰아쳤는데, 그중 6골이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왔다. 지난해 10월 튀니지전에서 A매치 데뷔 골과 2호 골을 잇달아 터뜨린 이후 베트남전과 싱가포르전에서 한 골씩 보탰고, 바레인전에서 다시 멀티 골을 신고했다. 같은 기간 4골을 기록한 손흥민을 제치고 대표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됐다.
한국 축구가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속 시원한 멀티 골로 승리를 이끈 이강인에 대해 외신도 찬사를 보냈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 매체 아스는 바레인전 직후 ‘이강인 전하(Su majestad Kang-In Le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강인은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왕”이라고 소개했다.
아스는 “이강인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볼 수 없던 신드롬을 일으키는 중”이라면서 “그의 손길이 닿으면 무엇이든 금빛으로 변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강인은 바레인전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고 마법을 부렸다”면서 “아름다운 왼발 슈팅과 화려한 드리블은 이제껏 우리가 봐왔던 ‘올 타임 넘버원(리오넬 메시를 지칭)’의 플레이를 떠올리게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한국은 바레인전에서 불안한 점도 노출했다. 특히 왼쪽 측면수비수 이기제(수원삼성)의 컨디션 난조가 눈에 띄었다. 장점인 공격 가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바레인의 거친 플레이와 과감한 역습에 전반 내내 고전했다. 한국이 후반 6분에 허용한 실점도 이기제의 패스 미스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준 상황에서 나왔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실점 직후 이기제를 빼고 오른쪽 수비수 설영우(울산)를 왼쪽으로 옮겨 후반을 치렀다.
경고 관리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바레인전을 맡은 중국인 마닝 주심이 옐로카드를 남발해 박용우(알아인)·이기제·김민재·조규성(미트윌란)·손흥민 등 5명이 잇달아 경고를 받았다. 해당 선수들은 경고를 한장 더 받으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대회 규정상 옐로카드는 8강전까지 유효하다. 한국은 오는 20일 요르단전에 이어 25일 말레이시아와 맞대결한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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