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선 이상 경선 불이익"…영남∙중진 물갈이 신호탄

김효성, 전민구 2024. 1.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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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환)가 동일 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현역 의원에게 경선 점수를 최대 35%까지 감산하는 경선 규칙을 16일 발표했다. 공천 과정에서 정성 평가 반영 비율도 높아 당내에선 “현역 물갈이 폭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영환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1차 공관위 회의를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 공천, 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세대 교체를 구현해야 하는데, 문제가 되는 게 현역 의원이다. 세밀한 ‘교체지수’를 만들어 현역 의원을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역 의원 교체지수’는 공관위 컷오프(공천 원천 배제) 여론조사 결과(40%), 당무감사 결과(30%), 기여도(20%), 면접(10%)을 합산한 수치로 권역별 하위 10% 이하는 공천에서 완전 배제하기로 했다. 또 권역별 하위 10% 초과~30% 이하는 경선에는 참여하되 득표율의 20%를 감산한다. 권역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인천·경기, 전북 등을 묶은 1권역부터 서울 강남·서초구, 대구·경북 등이 포함된 4권역까지 총 4개로 구분한다.

이같은 기준에 따르면 국민의힘 현역 지역구 의원 90명 중 25명(27%)이 경선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공천 자체 배제(하위 10% 이하)는 7명, 20% 감산(하위 10% 초과~30% 이하)은 18명이 적용된다. 25명은 권역별로 따질 경우 1권역(서울 비강남권 및 인천·경기·전북) 3명, 2권역(대전·충북·충남) 3명, 3권역(서울 송파 및 부산·울산·경남·강원) 11명, 4권역(서울 강남·서초 및 대구·경북) 8명이 각각 해당한다.

차준홍 기자


공관위는 현역 의원 교체지수와 별개로 동일 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현역의원은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감산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 위원장은 “동일 지역 3선 이상 현역이면서 하위 10% 초과 30% 이하라면 최대 35%까지 감산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럴 경우 60%를 득표해도 최종득표율은 39%(60%×0.65)가 된다. 40%를 득표한 경쟁자에게 감산 요인이 없다면 패배하는 구조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중 동일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은 이상민·정우택·정진석·조경태 의원(이상 5선)과 권성동·김기현·김학용·윤상현·이명수·홍문표 의원(이상 4선), 김도읍·김상훈·박대출·박덕흠·유의동·윤영석·윤재옥·이종배·이채익·이헌승·장제원·조해진·하태경·한기호(이상 3선) 의원 등 총 24명이다. 이 가운데 불출마하는 장제원 의원이나, 서울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을 제외한 22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룰인 셈이다.

공관위는 최근 5년 이내에 탈당한 뒤 무소속 및 다른 당 소속으로 출마한 경우도 최대 7%(2인 경선)를 감산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탈당해 무소속 출마 뒤 당선돼 복당한 의원에게 감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권성동·윤상현·김태호 의원이 이에 해당한다.

차준홍 기자

반면에 공관위는 현역 의원과 현직 당협위원장이 아닌 첫 선거 출마자, 여성·청년 등에겐 가점을 주는 규정도 만들었다. 만 35세 이상~59세 이하 첫 출마자는 7% 가산(2인 경선시)을 적용하고, 여성인 경우 여기에 10%를 추가 가산한다. 만 34세 이하 청년이면서 첫 출마자는 20% 가점을 받는다. 당내에선 “첫 선거에 나서는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이 유리한 구조”라는 말이 나온다.

또 공관위는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과 ‘비당협위원장’ 심사 기준에도 차등을 뒀다. 비당협위원장은 경쟁력 여론조사(40%)를 제외한 60%(도덕성 15%, 당·사회 기여도 35%, 면접 10%)가 사실상 정성 평가여서 “공관위 의지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은 김기현 전 대표 시절 실시한 당무 감사 결과(20%)가 반영돼 정성 평가 비중이 40%로 줄어들지만 이 또한 적잖은 비율이다.

경선 때 반영되는 ‘당원 조사’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비율도 지역별로 차등을 둔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인 곳은 당원 조사를 20%만 반영하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80%로 높인다.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 비강남권과 인천·경기, 광주·전북·전남, 대전·세종·충북·충남, 제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은 당원 조사와 여론조사를 똑같이 50%씩 반영한다. 나머지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역 의원 신분으로 공관위에 참여한 장동혁 사무총장과 이철규 의원은 교체 지수나 심사 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경선을 하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현역 의원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공천 규정이 확정되자 현역 의원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현역 다선이라는 이유로 감점을 받고, 첫 출마자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받으면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대놓고 용산 대통령실 출신 출마자를 밀어주기 위해 미리 짜놓은 각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첫 회의에서 3시간 40분 동안 회의 끝에 경선 규칙이 확정됐다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한 3선 의원은 “첫 회의에서 공천위원들을 거수기 삼아 확정한 것 아니냐”며 “어제(15일)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오찬 자리에서는 전혀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중진 등 현역 의원의 불만이 확산할 경우 여권에선 “경선 참여 대신 이준석 신당이나 무소속을 택하는 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경선에 참여한 뒤에는 불복해 본선에 출마할 수 없다. 공천 탈락이 거의 확실시 될 경우 미리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공관위는 23일 회의에서 전략 지역, 우선 공천 지역, 단수 공천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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