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표 마친 신한금융…부회장제, BU 수면 아래로..차세대 리더는?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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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인사 발표가 끝나면서 진옥동 회장 진용이 확실히 드러났다. 부회장제 폐지, 성과 우수 CEO 유임, 지주 부문제 교통정리 등이 골자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유임된 CEO에게는 올해, 내년 성과에 대한 책임을 정확히 묻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진옥동 회장이 주창하는 ‘정도 경영’에 좀 더 힘을 싣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재편?

CEO는 유임, 지주는 슬림화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새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 진용은 ‘안정’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자회사 사장단 후보는 모두 9명. 이들 모두 유임됐다. 진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는 연임 의사 결정을 통해 책임 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증권, 자산운용사 대표 임기를 종전 관례인 1년이 아니라 2년으로 책정한 점도 눈길 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앞으로 2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됐다. 이를 두고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단기 성과 대신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 시장 역량을 강화하라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대신 지주 조직은 슬림화를 꾀했다. 종전 11개 부문 조직을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4개 부문으로 대폭 줄였다. 지주회사 경영진(부사장급)도 10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진옥동 회장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제공)
인사해석에 관심

BU제 잠시 보류

이 과정에서 여러 소문이 파다했다. 내부에서는 차세대 2인자 진용을 갖추려면 부회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지주·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BU(비즈니스유닛·지주·계열사 간 직능별로 헤쳐 모이는 범계열사 조직)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부회장제는 금융감독당국의 지주 조직 비대화 견제 움직임,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대신 BU제는 내부에서 검토를 거듭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BU제가 필요한 이유는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진 회장 구상 때문이다. 이미 신한금융그룹에는 조용병 회장 시절인 2017년 ‘원(ONE)신한’ 전략팀을 꾸린 바 있다. ‘하나로 뭉치는 신한’이라는 뜻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를 계승, 진 회장 취임 후 지주사에 그룹원신한부문을 두고 산하 원신한지원팀이 실무를 관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의 병렬적인 협력 대신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디지털 전환 등 실질적인 업무 중심으로 업무 협력, 강화를 할 필요가 생겼다. 진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슈퍼앱(하나의 앱으로 그룹 계열사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전략이 산고 끝에 지난해 말이나 돼서야 ‘슈퍼쏠(SO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것을 두고 진 회장 입장에서 ‘속도와 방향성’을 좀 더 선명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후문. 그래서 BU 조직 추진이 빠르게 검토됐다.

이때 책무구조도와의 문제가 걸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책무구조도란 해당 업무에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지정해야 하는 제도로 새해 6월 시행이 예고돼 있다. BU는 범계열사 관장 조직으로 지주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책무구조도를 적용하면 최종 책임자가 자칫 지주회사 CEO인 그룹 회장에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럴 경우 자회사에서 작은 금융사고만 나도 BU 조직을 거쳐 책임이 지주 회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이보다는 연초 그룹사의 아젠다 세팅이 우선이라는 CEO의 의중이 반영되어 실행이 늦춰졌다는 의견이 있다. BU장이 될 각사 대표들이 BU를 우선시 챙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얘기다.

방향성 정해졌다면

차세대 리더는 누구?

“당장은 2인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함께 2기 임기까지 같이 갈 수 있는 현직 계열사 대표, 지주사 임원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전 임원의 예상이다.

진 회장 인사 진용이 자리 잡힌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차세대 리더 양성이라는 숙제가 남았다는 관전평이다. 통상 신한금융그룹은 2인자 그룹을 국내외 여러 계열사 경험을 거치게 하면서 육성해 차기 회장으로 선출해왔다. 진 회장도 일본을 거쳐 지주사 부사장, 행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회장에 올랐다.

통상 역대 회장이 큰 무리 없이 연임까지는 수행했다고 봤을 때 진 회장 임기 중 2인자 그룹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만 놓고 보면 정상혁 은행장 외 유임된 계열사 CEO, 그리고 최근 유임됐거나 승진한 지주사 부사장 중에서 차세대 리더 그룹이 형성될 것이라는 시선이다.

물론 차세대 리더 1순위는 단연 순익 비중이 가장 큰 신한은행을 이끄는 정상혁 행장이다. 1964년생으로 재무, 전략, ESG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담당한 ‘신한맨’인 데다가 진옥동 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거쳤기에 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다만 하나은행, 국민은행에 밀려 한때 3위가 된 옛 ‘리딩뱅크’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지가 변수다.

그룹 내 순익 2, 3위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1968년생),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1966년생) 역시 비은행 전문성 면에서 인정받으며 차세대 리더 대열로 거론된다. 문 사장은 2007년 당시 LG카드와 통합한 신한카드 출범 후 첫 내부 출신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이영종 사장은 은행 출신으로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을 당시 투입돼 종전 신한생명과 통합 작업을 주도했다. 이후 신한라이프 사장에 올랐고 최근 연임에도 성공,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이들은 은행장, 지주 내 굵직한 경험이 적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자연스레 지주 부사장에도 눈이 간다.

종전 11개 부문을 4개 부문으로 줄였으니 각 부문장 중 차세대 리더 그룹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내외부 총평이다. 지주 산하 그룹전략부문(부문장 고석헌), 그룹재무부문(부문장 천상영), 그룹운영부문(부문장 이인균), 그룹소비자보호부문(부문장 왕호민)으로 나뉘는데 재선임된 이인균 부문장, 이번에 승진한 천상영 부문장이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인균 부문장은 그룹 전체 안살림을 챙기며 진 회장의 ‘안정된 리더십’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그룹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천 부문장은 신한지주 원신한전략팀장으로 발탁된 후 현재 기준 지주·계열사 간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물로 분류되며 차세대 ‘전략통’으로 대접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이 ‘순익보다 정도 경영’을 외치고 있고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만큼 이런 기조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차세대 리더 등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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