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나스호텔, 코로나 후 기사회생…外人 공략 ‘통했다’ [영업이익 강소기업] (87)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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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파르나스호텔

당기순손실만 361억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 이 회사가 기록한 실적이다. 2년 후 반전이 일어났다. 2022년 영업이익만 709억원이다. 2023년 성적표는 더 눈부시다. 3분기가 지났을 뿐인데 누적 기준 매출액 3467억원, 영업이익 76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전체 실적을 훌쩍 넘긴 수준이다. 파르나스호텔 얘기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타 호텔이 모두 턴어라운드(실적 회복)하기는 했다. 하지만 구인난, 식자재 물가 상승 등 변수가 만만찮아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올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파르나스호텔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코로나 기간 리모델링으로 거듭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파르나스호텔 제공)
파르나스호텔 어떤 회사?

전신 한무개발, GS리테일 계열 편입

파르나스호텔 전신은 1985년 설립된 한무개발이다. 한무개발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겨냥해 인터컨티넨탈 서울을 열면서 본격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제주 중문에 위치한 럭셔리 리조트형 호텔인 ‘파르나스 호텔 제주’ 등 5성급 호텔과 명동, 인사동, 동대문, 판교, 용산 등 6곳에 위치한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나인트리 호텔’, 프리미엄 복합 쇼핑 문화 공간인 ‘파르나스몰’, 그리고 국제 기준 프라임 등급 오피스 빌딩인 ‘파르나스타워’를 운영한다. 베트남 제일 항구 도시 하이퐁에 위치한 호텔형 레지던스인 ‘썬플라워 인터내셔날 빌리지’도 한무개발이 운영하고 있다.

‘파르나스(Parnas)’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사는 신성한 영지인 ‘파르나소스(Parnassus)’ 산에서 유래했다. 항상 고객에게 신비롭고 설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애초 GS건설 계열사로 출범했다가 2015년 GS리테일 산하로 들어갔다.

실적에 큰 힘이 된 파르나스 호텔 제주(좌), 파르나스몰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파르나스호텔 제공)
영업이익률 왜 높나

제주·비즈니스호텔 선전

호텔업에서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내기는 쉽지 않다. 객실 가동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식음료, 부대시설도 함께 운영해야 하다 보니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파르나스호텔은 이를 ‘MICE(국제회의, 비즈니스 출장, 자유 여행)’로 풀었다. 코로나19 이후 파르나스 소속 전 호텔은 외국인 투숙객을 흡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 그랜드볼룸, 최첨단 멀티미디어 설비, 그리고 수십 년간 수많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전문 연회 서비스팀 등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MICE 고객 유치에 선제적으로 나섰다”며 “그 결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전년비 평균 약 15%포인트 증가했고, 파르나스 호텔 제주도 여름 성수기에는 10%포인트 이상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매력 높은 개별자유여행객(FIT)을 적극 공략한 것도 컸다.

특히 파르나스 호텔 제주 성과가 실적에 큰 힘이 됐다. 2022년 7월 특급호텔 격전장인 제주 중문에 개장한 이 호텔은 바다에 가장 인접한 최적의 위치와 전 객실 테라스를 보유한 9가지 타입의 모던한 객실, 국내 최장 길이의 인피니티풀(Pool) 등 시설 면에서 일단 차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비건·현지식 등 다양한 먹거리, 유아 동반 가족이 함께 또는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면서 개별 관광객 성지가 됐다. 그 결과 2023년 3분기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실적은 전년 대비 66.6% 이상, 영업이익은 420% 증가했다.

비즈니스호텔 사업 선전도 회사 전체 실적에 큰 힘이 됐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나인트리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됐고 그게 영업이익 효자 노릇을 했다. 평균 외국인 투숙객이 70%대에 이르렀다.

이 같은 잠재력 때문에 경영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도 나인트리 호텔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객실 가동률이 30%대로 뚝 떨어져도 버텼다. 반면 감염병 심화 기간 여타 비즈니스호텔은 속속 문을 닫았다. 그 덕에 엔데믹이 되자 반사이익이 발생했다. 6개 핵심 지구 나인트리 호텔 실적이 빠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것. 2023년 3분기 나인트리 호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6%, 영업이익은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 비즈니스호텔에서 볼 수 없는 프리미엄 시설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중화권을 포함한 아시아 여행객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며 “2023년 4월에 개관한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서울 용산’은 공식 등급은 4성급이지만, 5성급 호텔에 준하는 객실 수준, 연회·웨딩 시설, 그리고 다이닝 경쟁력을 갖춰 일명 ‘4.5성급’ 호텔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때 오히려 ‘선투자’를 했던 점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파르나스호텔은 코로나19가 심화되던 2020년 초 과감하게 주력 호텔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전면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11개월에 걸쳐 ‘진정한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하이엔드 호캉스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기치 아래 영국의 인테리어 디자인 그룹 ‘1508런던(London)’을 기용, 영국 특유의 우아한 감성에 한국 고유의 선과 따뜻한 색감을 가미한 내부 장식과 다양한 객실 타입을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소수만을 위한 럭셔리 스몰 웨딩 서비스, 홈파티족을 겨냥한 부티크 와인숍, 홈파티 전용 식음료 포장 등 시대에 맞는 서비스를 줄줄이 선보이면서 위기를 이겨냈다.

약점은 없나

MZ 사이에서 ‘올드’ 인식

다만 특급호텔, MICE 전용 호텔로서 입지가 강하다 보니 2030 고객 입장에서는 ‘올드’하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또 외국인 비즈니스맨 고객이 아닌 산커(중국인 개별 관광객) 같은 중국 관광객 입장에서는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약점을 알고 있는 파르나스호텔 측은 국내 MZ세대를 위한 호캉스 패키지, 명품 브랜드·아티스트 협업 한정판 케이크, 세계적인 미술 기업 ‘스타트아트코리아’와 상설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해외 MZ세대를 위해서 나인트리 호텔이 호텔 인근 맛집, 명소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부각하면서 방문을 독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파르나스호텔은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해나갈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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