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CJ공장 부지 개발 허가 났지만…개발 호재 잇달았던 강서구는 요즘 [감평사의 부동한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4번 출구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면 여러 상가와 함께 꽤 큰 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대부분 400~500호 이상 규모 오피스텔이다. 마곡지구 중심은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이다. 마곡나루역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양천향교역 주변 역시 마곡지구 개발 영향을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양천향교역 기준 남서쪽은 허허벌판이었지만 지금은 1인 가구나 소형 오피스 수요를 대상으로 한 오피스텔이 여럿 들어서 있다.
양천향교역 4번 출구에서 양천향교역 사거리를 등지고 조금만 걷다 보면 한 골목길이 나온다. 안쪽으로 들어와 1~2분 걸으면 오른쪽에는 규모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거대한 흰색 펜스가 눈에 확 들어온다. 펜스 길이만 대략 1.5㎞, 부지면적 10만㎡에 이르는 이곳은 바로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가 있던 공장 부지다.
CJ공장 부지는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은 땅이다. 토지 소유자였던 CJ제일제당은 2019년 이 부지를 1조500억원에 인창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후 컨소시엄은 서울시 건축심의 등을 거쳐 순조로운 개발 과정을 거쳤다. 2022년 9월에는 강서구청에서 관보를 통해 건축협정인가 공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강서구청이 돌연 건축협정인가를 취소하면서 건축허가 절차가 중단됐고 결국 소송까지 갔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로 구청장 직위를 상실한 후 지난해 6월이 돼서야 강서구청은 취소했던 건축협정인가를 조건부 의결했다.
지난해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CJ공장 부지 개발 지원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강서구청 측은 CJ공장 부지 3개 블록 중 2블록(2만7983㎡)을 우선 허가했으며 올해 1월에는 1블록과 3블록을 순차적으로 허가했다. 진 구청장은 “CJ공장 부지 개발 사업은 김포공항부터 마곡MICE복합단지, 서울식물원, LG아트센터로 연결되는 강서구 신경제축 조성을 위한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강서구 내 가장 큰 현안이었던 CJ공장 부지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강서구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대규모 부지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연면적 46만㎡) 1.7배 크기의 업무·상업·지식산업센터 등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무려 4조원 규모다. 비록 예정보다 훨씬 늦어졌지만 강서구 주민들은 CJ공장 부지 개발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전반적인 수도권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됐고 공사비 인상 등은 개발 진행 과정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개발 호재 많은 강서구
변수는 막대한 공사비 부담
현재 강서구 일대를 들뜨게 하는 개발 계획은 여럿 있다.
마곡지구에는 ‘제2의 코엑스’로 불리는 마이스(MICE) 시설 ‘코엑스마곡-르웨스트’가 올해 말 들어선다. 8만2000㎡ 부지에 컨벤션과 관광호텔·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11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상업·문화·관광 등 복합기능을 갖춘 시설이 들어서면 마곡지구 위상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LG사이언스파크 2단계 공사까지 올해 말 마무리되면 마곡지구 상주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교통 호재도 있다. 오랜 기간 시간을 끌었던 월드컵대교가 지난해 말 전 구간 개통을 완료했다. 강서구와 마포구를 잇는 가양대교는 교통 체증이 극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월드컵대교가 개통되면서 교통량을 어느 정도 분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강서구 개발 계획의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CJ공장 부지 개발이다.
CJ공장 부지가 지역 사회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강서구는 물론 서울 전역을 둘러봐도 이만한 규모와 입지를 동시에 갖춘 토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CJ공장 부지는 면적도 넓을뿐더러 양천향교역 도보 2~3분 거리 초역세권이다. 마곡지구는 물론 서울 서부 지역 교통 중심지인 김포공항과 가깝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알짜배기’ 부지다. 그만큼 이번 개발 허가에 대한 강서구 주민 기대감이 높다. 다만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변수는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과연 사업성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업이 재개됐지만 애초 컨소시엄이 부지를 매입한 2019년보다 공사비가 많이 올랐고 대출 금리도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지난해 말 기준 공사비지수는 3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월 2~5% 이상 상승하며 공사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인허가 리스크가 해소된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리스크가 남아 있어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값싼 공공분양에만 매수 몰려
지난해 말부터 CJ공장 부지 개발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불황과 금리 등 각종 요인으로 강서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침체 국면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1월 1주(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서울 대부분 자치구가 하락한 가운데 강서구 역시 0.05% 하락세를 보였다. 다른 자치구 대비 비교적 하락률이 높다.
강서구 일대 아파트는 크게 마곡지구와 가양동 일대 노후 아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구체적인 단지별로 살펴보면 마곡엠밸리7단지(84㎡)는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가장 인접한 단지로 마곡지구는 물론 강서구 랜드마크 단지로 꼽힌다. 이 단지 전용 84㎡는 2021년 9월 한때 17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 매물이 15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나온 매물 호가는 16억~18억원 수준이지만 거래량은 미미하다.
7단지와 사실상 붙어 있는 엠밸리6단지의 경우 7단지보다 살짝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2022년 2월 한때 전용 84㎡가 16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7월 13억4500만원, 지난해 12월에는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고점 대비 약 20% 하락했다. 지금은 14억~17억원 수준에 호가가 형성됐지만 거래 자체가 많지는 않다. 마곡지구 내에서 가장 신축 아파트(2021년 준공)인 엠밸리9단지 역시 거래 자체가 뜸하다. 지난해 8월 전용 84㎡가 13억7300만원에 거래된 후 같은 면적 매물은 거래되지 않고 있다.
가양동 일대 노후 아파트의 경우 마곡지구 내 신축 단지와 비교해 꾸준히 거래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한강변에 위치한 가양강변3단지 전용 49㎡는 2021년 10월 9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이후 하락 추세다. 지난해 3월에는 6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금은 7억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가양동 일대 한강변 노후 아파트의 경우 입지는 좋지만 대지면적 등이 작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강서구 일대는 마곡지구 내 신축 아파트나 가양동 등 구축 아파트보다 공공분양 매물에 관심이 더 쏠리는 분위기다. 주변 시세 대비 워낙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마곡10-2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뉴:홈 나눔형·전용 59㎡) 일반공급 총 52가구에 6923명이 신청하면서 약 133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공급 예정인 마곡16단지 역시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낮춘 ‘반값 아파트’로 엄청난 관심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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