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 투자해볼까…“1호 노린다” 분당·일산·평촌 분주
오는 4월 노후계획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수도권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관련 시행령을 올 초 마련하는 가운데 이들 지역 재건축 표본이 될 ‘선도지구’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택지 조성 후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1992년 입주를 마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가 여기 해당하고 서울 양천구 목동과 강남구 수서, 노원구 상계·중계·하계, 부산 해운대 등 노후지도 포함돼 전국 총 51곳이 특별법 적용지다.
안전진단 면제·용적률 500% 가능
1기 신도시 특별법은 크게 ‘안전진단 완화’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상향’ 두 가지 내용을 담았다.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걸림돌이었던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길을 터주고 사업성을 높여준 셈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에 착수하기 전 첫 관문으로 꼽힌다. 건물이 계속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낡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검증하는 과정을 넘어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관련해 정부는 최근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고도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승인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받으면 된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추진까지 병행할 수 있게 돼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 앞당겨질 전망이다. 특히 1기 신도시 특별법 적용 지역은 통합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해주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다만 안전진단을 건너뛰더라도 사업성이 낮으면 재건축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법정 상한선(현행 300%)을 거의 꽉 채웠다. 용적률 여유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용적률을 함께 높여줘 사업 수익성을 확보할 길도 열었다. 특별법이 적용되면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높아진다. 2종주거지역을 3종주거지역으로, 3종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변경한다. 3종주거지역은 최대 용적률이 300%인데,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최대 500%까지 높일 수 있다. 다만 여러 조건을 부합해야만 최고 용적률이 허용되는 것이고, 대부분은 그 이하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보다 높은 수준인 300% 정도만 돼도 재건축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분당과 일산의 평균 용적률은 각각 184%, 169%다. 이들 지역보다 평균이 높은 평촌(204%), 산본(205%), 중동(226%)도 용적률 300%가 적용되면 어느 정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정부는 지자체의 정비기본계획에 담기는 평균 용적률을 기준으로 이보다 더 낮은 용적률을 적용하는 단지에는 공공기여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반대로 도시 평균 용적률보다 높은 단지는 공공기여 부담을 늘린다.
마스터플랜 격인 ‘정비기본방침’과 1기 신도시별 ‘정비기본계획’은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수립한다. 통상 정부가 정비기본방침을 마련한 뒤 지자체가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고려하면 관련 절차가 절반가량 단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 1기 신도시마다 모범 사례로 활용할 ‘선도지구’를 1곳 이상씩 지정하기로 했다. 선도지구는 지역 내에서 가장 단지 규모가 크고 연식이 오래된 단지들을 통합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자동 한솔·서현동 시범 등 유력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그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1기 신도시는 규모만큼이나 가구 수가 많아 한꺼번에 개발하면 대규모 이주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다. 같은 신도시 내에선 지구마다 단계별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 번 순위에서 밀리면 한참 뒤에나 재건축을 할 수 있다’는 조바심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마다, 단지마다 앞다퉈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시장에서는 여러 단지를 통합 재건축할 수 있으면서, 입주연도가 빠르고, 대지지분이 커 사업성이 높은 곳이 선도지구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분당에서는 정자동 한솔1·2·3단지(청구·LG·한일), 서현동 시범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가 유력 단지로 꼽힌다.
1872가구 규모 한솔1·2·3단지는 이미 통합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두고 있고, 지난해 11월 18일에는 주민설명회도 진행했다. 이날 주민 8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재건축에 관심이 높다. 설명회 당시 재건축 사전 동의율이 74%였는데, 추진준비위원회는 올봄까지 동의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한솔1·2·3단지 평균 용적률은 173%로 분당신도시 평균(184%)보다 낮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67㎡(약 20.1평)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 가운데 가장 높다. 만약 이 단지에 용적률 300%를 적용할 경우 가구 수가 약 3000가구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범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도 선도지구 지정을 염두에 두고 재건축을 논의 중이다. 아직은 리모델링이 주력이던 분당신도시에서는 처음으로 통합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공동 결성했던 단지다. 1991년 입주해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총 7800가구 규모 매머드급 단지다.
이외에 서현동 효자촌, 수내동 양지마을, 푸른마을, 파크타운 등도 통합 재건축 추진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소유주를 대상으로 재건축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소유주 절반 이상이 재건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27개동 총 1762가구 규모의 상록마을우성도 재건축 동의율을 75% 이상 확보했다. 이매동에서는 풍림·선경·효성이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일산 은하수 리모델링 → 재건축
산본선 최초 재건축 확정 단지 나와
일산에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여럿이다.
1월 13일에는 일산 강촌1·2단지, 백마1·2단지가 입주민과 상가 소유주를 대상으로 통합 재건축 설명회를 열었다. 강촌1·2단지, 백마1·2단지는 지난해 7월 고양시로부터 사전컨설팅 용역 대상 단지로 선정돼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이 유력하다. 4개 단지는 총 2906가구 규모로, 4곳 평균 용적률이 185% 수준이다. 일산 전체 평균(169%)보다는 다소 높지만 전용 84~174㎡의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어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도 약 74㎡(22.6평) 수준으로 높다.
이외에 강촌마을5·6·7단지, 후곡마을3·4·10·15단지(역세권 복합·고밀개발), 백송마을5단지(기타 정비)도 사전컨설팅 용역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단지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안양 평촌에서는 비산동 은하수(은하수마을청구), 관악타운(동성·현대·청구), 샛별한양1·2·3단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중 은하수는 지난해 2월 정부의 특별법 발표 이후 이들 지역에선 속도감 있게 재건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바 있다.
비산동 일대는 한동안 ‘낙후 주거지역’으로 평가받았지만 정비사업을 통해 ‘평촌래미안푸르지오(1199가구)’ ‘평촌자이아이파크(2737가구)’ 등 대형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안양시 신흥 주거 타운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올 10월에는 1호선 안양역 인근에 ‘안양역푸르지오더샵(2736가구)’도 입주할 예정이라 일대 주거 환경이 더욱 정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 평촌동 초원7단지부영 입주민들이 지난해 10월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군포 산본에선 한라주공4단지(1차), 가야주공5단지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한라주공4단지는 전국 1기 신도시에서는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며 재건축을 확정했다. 지난 1월 8일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을 받은 것. 이 단지는 1992년 4월에 준공됐고 15층 10개 동, 1248가구로 이뤄져 있다. 한라주공4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1기 신도시 특별법에서 도입한 통합 재건축이 아닌 기존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바꿔 말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천시 중동에서는 포도마을·사랑마을·한아름 주민들이 재건축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동 금강마을(1·2단지 통합)은 재건축 주민 사전 동의율 81%를 확보한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별 단지에 적용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는) 정비사업 추진 사업지에서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에 호재는 맞다”면서도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각 단지별로 얼마나 적용되는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측면이 있어 다소 과한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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