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활의 열정… 텐텐텐

이한형 2024. 1. 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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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다.

스포츠에서는 양궁이 그 왕관을 쓰고 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을 견인한 토종 스포츠용품 기업 '윈엔윈(WIN&WIN)'의 브랜드다.

양궁인 출신들이 경영, 생산, 영업 등의 부문에 두루 포진해 경험과 전문지식을 활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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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활로 세계 양궁계 평정한 ‘윈엔윈’
최승호 개발부 과장이 지난 11일 경기도 안성시 윈엔윈 연구소에서 과녁에 꽂힌 화살을 날카로운 눈매로 살펴보고 있다. 윈엔윈 연구소에서는 초고속 카메라, 진동측정기 등을 결합한 슈팅 기기를 활용해 눈으로 잡지 못하는 슈팅 순간에 현의 움직임, 날개 비틀림을 측정한다.


‘대한민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다. 스포츠에서는 양궁이 그 왕관을 쓰고 있다. 한국 양궁은 지난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중 4개를 휩쓸었다. 최근에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임시현 선수가 대회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최강’이라는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했다.

이상준 생산부 주임이 지난 9일 선수용 활에 쓰이는 카본 날개의 중심축을 잡고 있다. 정확성과 정밀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양궁인 출신의 이 주임은 활 생산만 20년을 담당한 베테랑이다.


선수들 손을 떠난 화살이 과녁의 한가운데 ‘10점’에 꽂히는 순간은 짜릿하다. 그 순간 선수들 손에는 ‘위아위스(WIAWIS)’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활이 들려져 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을 견인한 토종 스포츠용품 기업 ‘윈엔윈(WIN&WIN)’의 브랜드다. 1993년 세워진 이 회사의 박경래 대표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 및 감독 출신이다. 기술진 60%도 전문 양궁인이다. 양궁인 출신들이 경영, 생산, 영업 등의 부문에 두루 포진해 경험과 전문지식을 활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지난 9일 생산실에서 활 날개에 도색작업을 하고 있다. 도색을 마친 활에는 '위아위스(WIAWIS)'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


“스포츠용품은 반드시 스포츠인이 해야 합니다. 그 종목에 대한 애착심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구조를 잘 알고 있어서죠.” 경기도 안성시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윈엔윈은 가볍고 탄력성 뛰어난 ‘나노 카본’ 소재로 활을 제작한다. 철강보다 강도가 세고 탄소섬유보다 유연한 ‘나노 카본’으로 활을 만든 건 최초다. 타사 제품보다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고, 탄착군을 정확하게 형성해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윈엔윈에는 양궁인 출신 직원들이 즐비하다. 박경래(가운데) 대표도 양궁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지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11일 경기도 안성 본사에서 활 제품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재선 부장, 정성수 대리, 서경재 차장, 박 대표, 박미경 팀장, 김성욱 차장, 황대성 대리.


윈엔윈은 매년 매출의 20~3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지난 2002년 경기도 용인에서 안성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연구소를 확장했다. 덕분에 1만 프레임의 고속카메라, 진동 측정기, 스트레인 측정기 등을 이용해 한층 높아진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신승우 개발부장은 “최상의 품질을 얻기 위해 초고속 카메라와 진동측정기 등을 결합한 슈팅 기기를 이용해 현의 움직임, 날개 비틀림 측정만 수십만 번을 한다. 기술력으로 화살의 1㎜ 오차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부의 신승우 부장과 최승호 과장이 지난 11일 경기도 안성시 윈엔윈 연구소에서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화살이 활을 떠나는 순간에 벌어지는 현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다.


윈엔윈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양궁 제조기술을 응용해 트랙용 자전거도 만들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토종 스포츠용품 불모지인 한국에서 새 역사를 쓰는 중이다.

양궁 선수를 지낸 유재선 부장이 지난 11일 양궁 선수들에게 전달할 활의 핸들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안성=글·사진 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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