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살기' 한국 온 프랑스 청년 목수, 어땠냐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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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환 기자]
"한국에서 1년 살아보고 싶어요!"
최근 많은 유럽 젊은이들이 '한국 1년 살기' 여행을 오고 있다. 백화골에 팜스테이 하러 오는 유럽 친구들도 상당수가 1년 살기 여행자다. 작년 가을에 팜스테이를 왔던 프랑스 청년 목수 클램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한국을 1년 동안 여행하고 있다.
▲ 설악산은 한국에서 오른 최고로 멋진 산이었다. 캠핑하며 정상까지 등반했다. |
ⓒ 클램 |
"똑같은 일을 해도 한국 사람들은 세배가 빨라요"
클램이 한국에서 일해 본 소감 첫 마디는 역시나 '속도'였다. 작년 9월 한 달 간 백화골에서 농사 봉사를 하고 떠난 클램은 한국 여행을 하다 11월부터 강릉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다. 가족같이 대해주는 한국 사람들과 함께 카페나 주택 실내 공사를 하거나 가구와 문, 창문 등을 만들고 있다.
▲ 고등학생 때부터 나무 다루는 일을 좋아해 목수가 됐다. |
ⓒ 클램 |
"프랑스 사람들은 일보다는 여가에 관심이 많은 데 비해서, 한국 사람들은 초등학생부터 모두 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사는 것 같아요. 어떤 삶의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과 여가의 균형이 잡혀있는 삶이 가장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26살인 클램은 10대 때 4년간 목공 기술을 배운 후 프랑스의 대도시인 리옹에서 5년간 가구 만드는 일을 했다. 프랑스는 10대부터 직업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데, 클램은 고등학생 때부터 나무를 손으로 다루는 목수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뒤 다른 나라 여행도 해보고 싶고, 목공 기술도 배우고 싶어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 여행을 왔다.
친동생 덕에 시작된 한국 여행
▲ 하루 농사일이 끝난 뒤 다른 봉사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 조계환 |
목수와 농부는 정직하게 몸을 써서 일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26살 청년 목수 클램은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역시나 농사일도 잘했다.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듬직한 친구였다. 함께 두둑을 만들고, 마늘을 심고, 쌈채소와 고추, 가지, 오이, 깻잎 등 다양한 채소를 수확했다. 한국 농부들의 속도도 금방 따라잡았다.
도착한 첫날, 한국 여행을 하려면 한국말은 천천히 배우더라도 한글은 우선 배워두는 것이 좋다고 말해 줬더니, 하루 만에 한글 공부도 마쳤다. 가끔씩 저녁 시간엔 프랑스 사람답게 맛있는 케이크와 빵도 만들어줬다. 우리는 클램과 아주 즐거운 한 달을 보냈다.
▲ 클램은 환경보호와 생태적인 삶, 유기농에도 관심이 많았다. 함께 두둑을 만들었다. |
ⓒ 조계환 |
클램은 우리 농장을 떠난 후에는 오대산과 설악산을 등산하고, 울릉도까지 들어가 산에서 캠핑을 했는데, 산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과 잊지 못할 시간들을 보냈다고 한다. 관광객이 적은 지역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따뜻하게 열린 마음으로 환영해주어 인상적이었다고.
"여행해보니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정말 안전한 나라더라고요. 여행자로서 정말 편안해요. 물건을 도난당할 염려도 없고, 범죄에 노출될 일도 거의 없어 보여요. 도시 거리는 밤늦게까지도 활기가 넘치고, 자연 풍경은 정말 아름다워요. 특히 대중교통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클램은 대부분의 한국 음식도 다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짜장면("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강릉에서 처음 접하고 맛을 알게 된 장칼국수다. 채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한국 음식은 맛있고 몸에 좋은 느낌이다. 프랑스에 비해 음식 값도 싸고 건강한 한국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단다.
프랑스의 한국 이미지? 현대와 전통이 조화로운 나라
"지금 프랑스에서 한국은 최고로 인기 있는 나라 중 하나예요. 많은 젊은이들이 케이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있어요. 한국은 현대적인 첨단기술의 나라이면서도 전통 문화를 간직한 색다른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다양한 음식과 숯불구이의 천국으로도 유명하죠."
클램은 이미 수십 편의 한국 드라마를 봤고, 새로운 드라마가 나오면 바로바로 본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미국이나 프랑스 드라마와 달리, 유쾌하고 따뜻한 내용이 좋아서란다. 정치나 사랑, 삶의 문제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다루는 게 좋고, 물론 스토리도 무척 재미있다. 드라마 OST도 훌륭하다. 한국 드라마를 볼수록 한국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좋단다.
▲ 한국에서 배운 기술과 속도가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클램. |
ⓒ 클램 |
한국생활하면서 힘든 점을 물었더니 그는 언어 장벽이 제일 크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어 조금씩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단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평소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은 모든 교통 체계가 자동차 중심으로만 되어있고, 자전거 길(자전거 도로)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클램은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가면 자기 사업을 하는 독립적인 목수로 일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다시 일할 때 한국 속도와 프랑스 속도 중 어느 쪽으로 일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아무래도 그 중간 정도를 택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배운 기술과 속도가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국 여행의 경험을 통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인생의 소중한 한해를 한국에서 보내는 26살 청년 목수 클램이 만들어갈 멋진 가구와 인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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