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바가지 요금 끝나지 않았다…길거리 음식 '1만원 대' 수두룩 [데일리안이 간다 9]
시민들 "3가지 음식 골랐는데 2만원 훌쩍" "부담스러운 가격, K-바가지 얘기 들을 만"
외국인들, 합리적 가격수준 잘 몰라…"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가격" "재구매 생각 있어"
상인들 "물가 올라 가격 내리고 싶어도 못 내려"…전문가 "가격 표시가 가장 중요"
'K-관광명소 1번지'로 통하는 서울 명동 길거리 음식점의 '바가지 가격' 논란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가 가격표시제를 의무화하면서 대부분의 길거리 노점들까지 도입됐고 시와 구청이 현장 단속까지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관광지 차별성'을 명목으로 '고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이 관광객들의 재방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명한 가격정보 공개가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강조했다.
16일 저녁 데일리안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특구 명동 거리를 직접 찾았다. 명동은 지난해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곳이다. 명동 상권의 바가지 요금 실태와 가격표시제 준수 여부를 재점검한 결과, 길거리 음식 가격이 '1만원'이 넘는 곳이 수두룩했다. 또 소비자가 판매 가격을 인지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노점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지만, 일부 노점에는 아예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고 이에 대한 단속도 없었다.
◇ 명동 꼬마김밥 6000원, 오징어구이 1만원…"비싸" vs "합리적 가격"
명동 노점에서 파는 음식 가격은 대부분 개당 4000원~6000원 수준이었다. 만두 4000원, 핫도그 4000원, 크로와상 붕어빵 4000원, 회오리감자 4000원, 꼬마김밥6개당 6000원, 고구마 맛탕 6000원이었다. 하지만 1만원이 넘어가는 길거리 음식점도 적지 않았다. 무뼈닭발 1만원, 오징어구이 1만원, 김치말이삼겹살 1만원, 스테이크 1만5000원, 랍스타구이 2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이날 외국인 친구와 명동을 찾은 직장인 정모(31)씨는 "친구와 맛만 보려고 닭꼬치랑 삼겹살말이, 떡볶이 3가지를 1인분씩 사서 나눠 먹었는데 2만4000원이나 나왔다"며 "1인당 1만2000원은 길거리 음식으로 먹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전했다. 정씨는 "외국인 친구는 명동 길거리 노점 음식 가격이 비싼지 잘 몰라서 '바가지 요금'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며 "따뜻한 실내에서 밥을 먹어도 될 가격이지만 친구에게 좋은 추억으로라도 남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친구 2명과 명동을 방문한 고등학생 홍성현(17)씨는 "회오리감자를 4000원에 사먹었는데 명동 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2500~3000원 정도가 적절한 가격인 것 같다. 'K-바가지'라는 소리를 들을 만 하다"고 밝혔다.
적당한 가격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꿀타래를 1만원에 산 염모(34)씨는 "직장인들 입장에선 비싸다고 느낄지 몰라도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워낙 많이 오르고 원자재가 많이 오른 게 체감이 돼 이 정도 길거리 음식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인 샤오(29)씨는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의 가격"이라며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는데 1~2만원을 썼다"고 전했다.
명동 길거리 음식점을 3주 만에 찾은 인근 직장인 박모(44)씨는 "친구가 탕후루를 처음 먹어보는데 생과일로 만든 탕후루를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다소 비싼 편이긴 하지만 6000원짜리 탕후루를 샀다"며 "가격보다는 품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번 먹는 식품도 아니고 재구매할 생각이 있다. 알이 제법 크다"고 말했다.
가격표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가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명동 거리 노점상들은 거리가게 운영 규정을 적용 받아 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구청이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실정이다. 탕후루를 파는 한 노점은 별도의 가격표 대신 계좌번호를 써 놓은 안내문만 붙여 놓았다. 직장인 김모(28)씨는 "흥정해서 사람들마다 다르게 가격을 부르는 줄 알았는데 상인 분이 '명동 어디에서 사도 탕후루 시세는 5000원이라고 잘라 말했다'"라고 전했다.
명동 상인들은 물가가 올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명동 거리에서 탕후루를 파는 상인 A씨는 "탕후루를 만들 수 있는 사이즈의 샤인머스켓 1박스가 4만원, 딸기는 3만3000원이나 한다"며 "가격을 내리고 싶어도 물가가 비싸 내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노점 상인 B씨는 "모든 식재료가 올라 판매가를 올리고 싶은데 손님 입장에선 1000원 단위로 올라가는 것도 크게 느껴서 가격을 마냥 높이기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가격을 안 올리고 버텨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 전문가 "서울시 관광객 유치 목표 3000만명…바가지 상권은 흥행 찬물"
이와 관련해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 교수는 "2019년께 1300~1400만명 정도가 서울을 방문했고 코로나 종식 이후 서울시의 관광객 유치 목표가 2배인 3000만명"이라며 "굉장히 높은 수요인 만큼 재방문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특히 한국을 찾았던 관광객들의 입소문이 앞으로의 재방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명동거리가 바가지 상권으로 오명을 쓰게 되면 관광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가지 요금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가격 정보에 대한 고시가 노점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노점도 점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노점에도 가격표를 명시하는 쪽으로 행정을 펼쳐야 한다. 가격 정보 공개와 개방을 통해 상권 스스로가 투명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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