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 남성복 스타일, 당신의 선택은?
박지우 2024. 1. 16. 19:15
2024 FW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포착한 네 가지 트렌드.
「 프라다, 사무실에 등장한 괴짜 」
건조한 사무실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옵니다. 마치 수영모처럼 머리를 옥죄는 보라색 비니와 볼드한 쉐입의 안경과 함께 말이죠. 프라다가 이번 2024 FW 남성복 컬렉션을 위해 선택한 공간은 바로 우리네 일상과 가장 맞닿은 사무실이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유리 바닥 아래로는 닿을 수 없는 녹음이 우거져 있었죠. 절제된 슈트 셋업과 라프 시몬스의 특기인 선명한 컬러 블록을 입은 모델들은 스산한 ‘리미널 스페이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을 누볐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지젤 번천의 오피스 룩을 남자 버전으로 치환한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 JW 앤더슨, 대담한 하의실종남 」
하의는 생략합니다. 이것이 새로운 관능이니까요. 켄달 제너부터 줄리아 폭스, 미우미우 2023 FW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간 수많은 노팬츠 룩을 목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남성에게도 적용될 줄은 미처 몰랐죠. 모델들은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하의 대신 피부가 훤히 드러나는 스타킹만을 걸친 채 런웨이를 누볐습니다. 게다가 좀처럼 영화로부터 힌트를 얻지 않는 조나단 앤더슨이 이번 시즌에는 특별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속 요소를 차용했는데요. 영화에 등장한 스탠리 큐브릭의 고양이, 찾으셨나요?
「 구찌, 이토록 은근하다니 」
프라다와 JW 앤더슨의 발칙함에 놀란 가슴, 구찌의 담백함으로 쓸어내리세요. ‘ 백 투 베이직’이란 역시 이번 시즌 구찌를 두고 하는 말이겠죠. 구찌의 전임자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사바토 데 사르노는 지난해, 간결함의 정수를 담은 첫 번째 여성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가 선보인 남성복 컬렉션 역시 여성복과 쌍둥이처럼 닮아있었죠. 코트부터 팬츠까지, 지극히 심플해 보이는 아이템임에도 어딘지 모를 섹시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토록 미니멀한 룩과 유약한 스카프, 남성적인 가죽 장갑이 빚어내는 아슬아슬한 대비 때문 아닐는지!
「 스톤 아일랜드, 실용적인 테크웨어파 」
스톤 아일랜드는 이번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파격적인 런웨이 데뷔를 마쳤습니다. 54명의 모델은 커다란 철제 구조물 위에 마치 마네킹처럼 선 채로 관객들을 맞이했는데요. 모델이 컬렉션 피스를 걸친 채 런웨이를 거니는 일반적인 쇼와는 사뭇 달랐죠. 번뜩이는 조명 사이로는 액체 유리로 광학 효과를 더한 후드 다운 재킷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업용 지퍼가 달린 봄버 재킷에서는 우주 비행사를 향한 헌사가, 울과 캐시미어로 이루어진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에서는 밀리터리 룩의 향수가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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