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피한다…한·미, 방위비 협상 조기 착수할 듯

박현주 2024. 1. 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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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가 2026년부터 적용될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 올해 조기 착수할 전망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재임 때처럼 큰 폭의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제11차 한ㆍ미 SMA는 내년 말 만료된다"며 "정부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다음 협상을 준비하면서 한ㆍ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이미 올해 중 협상을 개시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고, 한국 측은 수석 대표 인선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첫 해인 2021년 3월 타결된 11차 한ㆍ미 SMA의 기간은 2020∼2025년, 즉 6년이다. 보통 협정 종료를 1년 정도 앞두고 차기 협상이 시작되곤 했다. 전례대로라면 내년 초쯤 협상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번 협정의 경우 이례적으로 종료 약 2년 전부터 협상 개시를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5년 전인 2019년 한국에 기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5조원)의 분담금을 요구했던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맹 존중 기조가 비교적 뚜렷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되도록 5년 이상 다년으로 차기 협정을 마무리짓겠다는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 워치 파티에 등장한 모습. AFP. 연합뉴스.


현재의 11차 SMA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19년에 관련 협상이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매우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는 데 미군을 썼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한국을 겨냥해 방위비 인상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같은 해 11월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인내를 갖고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11차 SMA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2021년 3월 뒤늦게 타결됐다. "한국이 당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1조 1833억원을 부담하고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에는 약 1조 5000억원까지 인상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였다. 다만 당시에도 매해 평균 6.1%인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방위비 분담금을 비례해 연동시켜 비판이 나왔다. 통상 국방비가 늘어나면 방위비는 줄이는 것을 암묵적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협정 마지막 해에는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했던 방위비 총액을 사실상 넘어서게 되는 셈"이라는 지적도 상당했다.

2021년 8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ㆍ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모습. 임현동 기자.


협상에 조기 착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피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협상에서는 직전 합의의 조건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점도 이번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돌아왔을 때 동맹에 잠재적인 최대 도전 과제가 방위비인 건 사실"이라며 "다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국에 유리한 협상이 가능할지, 새롭게 SMA가 타결됐을 때 국회에서 제때 통과가 될 수 있을지 법률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SMA는 국내에서 정식 발효되려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경쟁 구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동맹과의 분담금 협상에 있어선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거란 우려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도 트럼프와 똑같은 대선 주자인데 한국과의 협상에서 유달리 전향적일지는 의문"이라며 "한국이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임할 경우 자칫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대선이 있는 해에 한ㆍ미 SMA가 진행되면 각 캠프 간 정쟁의 요소로 전락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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