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감세, 野는 재정 투입…총선 앞 정치에 먹힌 경제정책
정부가 소상공인 저리 대출 대환 등 자영업자 지원책을 1분기에 내놓는다. 반면 야당은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감세를, 야당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소상공인 126만명에겐 1인당 20만원씩 전기요금을 감면하고, 중ㆍ저신용 소상공인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증시 개장일인 2일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이 공식화됐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도 상반기 카드 사용 증액분 20% 소득공제 적용 등 각종 감면책이 포함됐다. 굵직한 감세 정책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민생 대책’이다. “올해 상반기에 민생 회복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최상목 경제부총리)이기에 국민 피부에 와닿는 세금 감면을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고금리 속에서 소비 지갑이 닫히지 않고, 최근 수출 호조를 설비투자 확대로 연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1100조원을 넘어선 나라빚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여러 차례 건전재정을 강조해온 만큼, 정치적 부담이 큰 재정투입보다는 이와 유사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세금감면을 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동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경기전망, 감세를 통한 소비 촉진이 물가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자칫 하반기 ‘정책 공백’으로 이어지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생 대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4월 총선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특히 지금은 재정을 더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총선을 앞두고 감면 정책을 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를 따져봐야 한다. 금투세를 폐지한다면 바람직한 대안도 제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재정 투입으로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에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차액만큼을 정부가 지원하는 가격보장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보다는 완화됐지만, 쌀값 보전을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는 측면에선 동일하다. 일정상 이번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긴 어려운 만큼 농민 표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민주당 광주ㆍ대구시당은 공동으로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특별법의 통과를 공동 공약으로 발표했다. 6조원이 넘게 드는 철도를 구축하면서도 경제성 등을 따져보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정부는 예타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예타 면제 입법도 추진 중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 입장에서 감세에 동조하긴 어려워 재정 확장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야당이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책이 아닌 법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총선용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며 “그러나 재정 여건이 이미 악화한 데다 고물가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어 돈을 더 푸는 건 장기적으로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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