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최원권 ① '딸깍 2.0'이 온다 "우린 광주처럼 할 수 없다…대구 스타일로 이길 것"
[풋볼리스트=대구] 조효종 기자= 정식 감독 부임 첫해, 대구FC 다운 축구로 팀을 다시 파이널A에 올려놓은 최원권 감독은 2024시즌 '딸깍 축구'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대구는 2022시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우승 도전에 나섰는데 오히려 강등권으로 추락하며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최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시점이 바로 그때였다. 성난 팬들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눈물로 약속한 최 감독은 대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길로 돌아가 돌파구를 찾았다. 그리고 파이널 라운드 포함 마지막 7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하면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났다.
2023시즌을 앞두고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4라운드 홈 첫승을 따냈고 10라운드에서 원정 첫승을 기록했다. 이후 2연승, 첫 역전승, 3연승을 순차적으로 이뤄냈다. 요란하지 않아도 차분히 앞으로 나아간 끝에 파이널A 복귀라는 목표에 도달했다.
대구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복귀다.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대구 클럽하우스에서 최 감독을 만나 대구 축구에 대해 들어봤다.
▲ 더 철저한 역습 축구, 살아남기 위한 선택
최 감독이 대구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은 방법은 '가장 대구스러운 축구'로 돌아간 것이었다. 선수로는 2013년, 코치로는 2016년부터 대구에만 몸담은 최 감독은 선수들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껏 대구가 성과를 냈던 성공 방식을 재도입했다. 먼저 후방에 견고한 수비 블록을 구축하고 기회를 노리는 형태의 축구였다.
다른 스타일로의 전환 시도가 큰 위기로 이어진 것을 경험한 최 감독은 더욱 철저하게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발간한 전술 보고서 '2023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시즌 대구의 평균 점유율은 35.1%였다. 이는 2015년 이후 K리그1 역대 최저 기록이었다. 수비 상황에서 허용한 패스 수치를 나타내는 'PPDA' 값은 13.59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높았고 공격 지역에서 공을 따낸 횟수는 평균 12.8회로 가장 낮았다. 리그에서 압박 강도가 가장 약했고 주로 라인을 내린 상태로 수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역습은 가장 신속했다. 직선 이동 거리를 토대로 계산한 상대 골대 방향으로의 평균 공 전개 속도는 14.43m/s로 가장 빨랐다. 동시에 전체 시퀀스에서 평균 패스 횟수는 2.84회로 가장 적었다. 슈팅까지 이어진 슈팅 시퀀스 기준으로도 2.2회, 최저였다. 짧은 패스로 천천히 기회를 만들기보다 두, 세 차례 패스를 통해 곧장 상대 골문에 도달하는 식이었다.
"모든 지도자들이 '감독이 되면 어떤 축구를 해야겠다'는 구상을 한다. 그런데 감독대행으로 시작하면서 재미는 없더라도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했던 것 같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까. 감독 1년 차 때도 보수적으로 움츠렸다. 1 로빈 라운드 때만 해도 새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었고 세징야도 몸이 좋지 않았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을 치르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또 우리 팬들이 홈, 원정 가리지 않고 경기장에 정말 많이 오신다.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드려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도 있었다."
▲ 광주처럼? 대구는 대구 스타일로
대구는 파이널A에 진입한 뒤 ACL 출전권을 노렸으나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1위 울산HD, 2위 포항스틸러스와 맞대결이었다. 현재 K리그 감독 중 최 감독이 상대 전적에서 열세인 상대는 울산의 홍명보 감독과 지난 시즌까지 포항을 이끈 김기동 감독뿐인데, 두 감독을 상대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정말 이기고 싶다. 가능하면 무슨 짓이라도 했을 거고, 할 거다. 두 팀 상대로 1승씩만 했으면 ACL에 나설 수 있었다. 분명 강한 팀들이다. 리그 우승 팀이고 FA컵 우승 팀이지 않나. 우리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 차이를 넘어서야 한다. 팬분들이 울산 원정 가서 '잘 가세요'를 듣기 싫다고 말씀하신다. 듣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또 대구에 포항 팬들도 많다. 심지어 우리 친척 어른분들도 포항 팬이시다. 포항과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싶다. 올해 우리가 이겨야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ACL 진출을 위해 또 넘어서야 할 상대는 리그 3위 광주FC다. 광주와 대구는 같은 시민 구단이라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시즌 K리그1 연봉 순위 최하위 두 팀이 대구와 광주였다. 그러면서도 나란히 파이널A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차이점도 명확하다. 작년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었던 이정효 감독의 광주는 공격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축구를 구사한다. 그 방식이 능동적이고 세밀해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대척점에 있는 두 팀의 작년 상대 전적은 1승 2무 1패로 팽팽했다.
"광주는 분명 재밌는 축구, 좋은 축구를 한다. 이정효 감독님은 좋은 대우를 받으실 자격이 있다. 우리 팬분들도 광주처럼 재밌는 축구를 해달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웃음). 우리는 광주를 따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는 대구의 색깔이 있다. 우리 선수들에 맞는 우리의 색으로 이기겠다."
▲ 2024년엔 업그레이드 '딸깍'
지난 시즌 대구 축구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딸깍 축구'였다. 상대가 갖가지 방법으로 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 대구는 마우스 클릭 '딸깍' 한 번으로 역습해 골을 넣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터넷 밈에서 비롯된 말로, 처음에는 비판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었으나 결과물이 쌓이면서 그 자체로 인정받고 있다.
수년간 대구 축구를 관통한 콘셉트는 대구에서 오래 지도자 생활을 한 최 감독에게도 깊이 스며들어 축구 철학의 근간이 됐다. 많은 지도자들이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감독의 스타일을 참고할 때, 최 감독은 대구와 조금 더 맞닿아 있는 감독들의 축구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최근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애스턴빌라를 참고하고 있다.
"감독은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하지만, 각자 갖고 있는 기본 틀이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갑자기 주제 무리뉴 감독처럼 할 수는 없다. 또 무리뉴 감독이 클롭 감독처럼 하는 것도 어렵다. 나도 지금 스타일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유벤투스, 인테르밀란에서 우승하던 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축구를 구현해 보고 싶었고 최근엔 애스턴빌라 경기를 본다. 에메리 감독의 빌라가 우리 팀 컬러와 비슷한 면이 많아 배울 게 많다. 결국 수비 전술을 잘 가다듬는 것이 출발점이다."
수비가 기본이 되는 축구를 구사한다고 마냥 웅크리고 지키기만 할 생각은 없다. 최 감독도 비슷한 축구에 머물러선 도태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현대 축구 트렌드에 맞는 요소들을 가미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1차 목표를 달성한 뒤 파이널 라운드에서 전방 압박 등 디테일을 덧입힌 것은 '딸깍 축구' 업그레이드 버전의 예고편이었다.
"파이널A 올라가서 치른 다섯 경기 경기력이 가장 좋았다. 지거나 비긴 경기도 있지만 현대 축구에 부합하는 스타일을 우리 식으로 접목하려고 시도했고 좋은 모습이 나왔다. 진화를 했다고 느꼈다. 우리 장점은 역습인데 이제 상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벌써 뒤에 3, 4명씩 두고 대비하는 팀들이 있다. 지금까지 축구로는 역습에 실패해서 하나씩 빌드업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어려움이 있었다. 여전히 극단적으로 텐백으로 세울 때도 있겠지만 상대에 따라 전방 압박도 하고 하프 스페이스 공략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작년엔 조합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서투른 면도 있었다. 올해는 공격적인 면에서 더 좋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최대한 파이널 서드 지역으로 빠르게 공을 투입할 수 있도록 더 높은 위치에서 수비 블록을 만들고 압박할 것이다. 동계 훈련 때 잘 가다듬어서 우리 팬분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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