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직원·소비자 3박자가 부른 'ELS 공포'
[한국경제TV 전범진 기자]
[앵커] 홍콩 H지수 추종 ELS의 손실은 은행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손실에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인데요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았던 ELS. 은행과 직원, 소비자 모두가 열광했던 이유를 전범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의 손실률은 올 들어서만 51% 수준, 손실액은 1천억원이 넘습니다.
H지수가 극적인 반등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상반기에만 손실이 5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처럼 홍콩 ELS가 금융시장의 거대 뇌관으로 떠오른 근본 원인은 뭘까.
첫번째로는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대 정책이 꼽힙니다.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상품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한 것입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은 ELS를 포함한 신탁수수료로 전년대비 11% 증가한 약 7,200억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는 두번째 원인인, ELS판매에 높은 가산점을 부여한 성과측정지표로 이어집니다.
주요은행들은 1,000점 중 300~440점을 ELS를 비롯해 은행에 높은 판매수수료를 안겨주는 금융상품 판매실적에 배정했습니다.
불완전 판매 방지 관련 점수는 최대 100점에 불과합니다.
마지막 원인은 저금리 기조 속 ELS의 상대적 매력이 꼽힙니다.
소비자들이 주식보다 낮은 리스크에, 예금보다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ELS에 열광했다는 진단입니다.
H지수 ELS에 투자한 계좌 40만개 가운데 유사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계좌는 8.6%인 3만여개.
90% 이상이 수익을 보고 재투자를 결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중위험 중수익'의 함정을 경고합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 중위험 중수익 상품은 기초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고위험 상품으로 갑자기 바뀌게 됩니다. 상품의 위험등급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이 건전화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상품에 수조원대 자금이 몰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전범진입니다
영상취재 채상균 영상편집 김나래 CG 김지원
전범진 기자 forwar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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