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는 진작에 꺾였는데 전세·분양가 계속 오르네
아파트 매매가격이 꺾였지만 전셋값과 분양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고금리 지속 상황에서 향후 집값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전세 거주나 신규 분양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 등으로 평가된다. 분양시장에는 가파른 오름세의 정점을 찍듯 사상 최고가인 3.3㎡(평)당 평균 1억1500만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집계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5% 내리며 같은 해 6월 이후 6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전월 대비 변동률은 지난해 6월 -0.04%에서 7월 0.06%로 올라선 뒤 11월까지 6개월 연속 상승을 유지했지만 흐름은 이미 10월부터 꺾인 상태였다. 9월 0.35%까지 커졌던 상승폭은 10월 0.27%, 11월 0.04%로 2개월 연속 축소됐고 지난달 마이너스 구간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6월 -0.16%에서 7월 -0.01%로 8월 0.24%로 전환한 뒤 지난달(0.21%)까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상승폭은 지난해 10월 0.55%를 고점으로 11월 0.43%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꾸준하게 오르는 모습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은 주간 통계로 보면 더욱 뚜렷하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부터 상승폭이 줄어 한 달 만인 11월 셋째 주 보합(0.00%)을 기록했고 바로 그다음 주(-0.01%)부터 하락을 시작해 올해 1월 둘째 주(-0.05%)까지 7주 연속 내렸다. 반면 전셋값은 7월 셋째 주(0.02%)부터 이달 둘째 주(0.03 %)까지 1년 중 절반에 달하는 25주 동안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은 34주 연속 올랐다.
월간 기준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까지 줄곧 오른 서울과 경기가 지난달 각각 0.13%, 0.20% 내리며 수도권 전체로 0.18% 하락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강원(0.05%) 충북(0.19%)을 제외한 15곳이 일제히 하락했는데 이 중 10곳이 서울과 경기처럼 하락으로 전환했다. 세종은 11월 0.03%에서 12월 -0.32%로 뒤집혔다. 상승을 기록한 강원과 충북도 상승폭이 둔화했고 11월에도 내렸던 인천 등 7개 지역은 예외 없이 낙폭이 더 커졌다.
전세는 서울(0.48%) 경기(0.43%)를 비롯해 11곳이 올랐다. KB부동산 집계로 지난해 1월 2394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3.3㎡ 전셋값은 7월 2241만원에서 12월 2315만원까지 오르며 2300만원대를 회복하는 등 종전 고점을 향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수도권 매매가격은 부동산 경기둔화 우려로 매수 관망세 깊어지는 가운데 급매물 위주 거래로 하향 조정이 지속됐다”며 “전세는 거주 여건이 양호한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매매가격 하락으로 시세가 정체되거나 내리는 동안에도 묵묵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준 최근 1년간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737만4500원으로 11월 1711만6900원 대비 1.50%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218만원에서 11월 3417만원으로 200만원 가까이(6.18%) 뛴 서울은 12월(3497만원)에도 80만원 넘게(2.35%) 오르며 3500만원에 육박했다. 11월 9.06% 오른 경기는 12월 1.35% 상승했다.
올해 서울 분양시장은 강남권 분양 대기 물량이 많아 분양가 급등이 예상되는데 이달 초 강북권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이 3.3㎡당 평균 1억1500만원을 내밀며 고분양가 논란을 자극하고 있다. 이달 중 분양 공고 예정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 6705만원보다 4800만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옛 한강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가 36억~44억원대, 펜트하우스인 244㎡는 150억~160억원대로 나왔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역이라 분양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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