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최소 비용 1조원…제4이통, 자금력·사업성 우려"
경제성 문제·28㎓ 주파수 활용 가능성 우려
"신규사업자 우대 정책, 시장 왜곡 가능성도"
오는 25일 제4이동통신사 후보군 3사의 28㎓ 주파수 경매를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규사업자로서 필요한 이들의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에서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주파수 28㎓ 할당에 뛰어든) 신규 사업자가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기도 어렵지만, 자금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기존 이동통신3사와 경쟁이 불가능해 비즈니스 운영이 잘 안 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좌담회에서는 28㎓ 신규 사업자 선정 현황과 제언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모 교수는 제4이동통신사 후보군의 재무구조를 살펴볼 때 경제적인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세종텔레콤의 2022년 매출은 2320억원, 영업손실은 77억원이며 같은 해 스테이지엑스는 매출 272억원, 영업손실 55억원이다. 미래모바일은 초기 자본금 8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100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언론에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과점화돼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10년부터 총 7회에 걸쳐 제4이통 정책이 추진됐지만 자격 미달로 결국은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지 못했던 것을 예시로 들었다.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 기준에 따르면 항목별 60점 이상 및 심사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모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7차까지의 사업에 뛰어든 11개 기업 중 '재정적 능력' 항목에서 60점을 넘긴 기업은 5개다. 해당 항목에서 기준을 충족한 기업도 60~61점대로 기준을 겨우 넘긴 기업이 3개다. 모 교수는 "심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떨어진 이유는 경제적인 이슈였다"며 "이동통신 산업에 뛰어드는 최소비용이 1조원인데 이를 충족한 경우가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4이통사 심사에서 재정 능력 평가가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허가제 시절과 달리 현행 등록제에서는 재정적 능력을 별도 심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28㎓ 주파수가 기술 측면에서 사업 성공이 어렵다는 강조도 있었다. 모 교수는 "건물 밖 열린 공간에서는 이 주파수로 통신이 가능하지만, 건물 안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미국 버라이즌이 28㎓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다른 주파수 대역의 보조 수단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지 5G 자체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28㎓만 해서는 사업 유지가 어렵고 비즈니스 사용자들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시장경쟁을 촉진해 국민 가계 부담을 덜겠다는 정책 방향과 이번 사업자 선정과 크게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신규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 우대하는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는 경우도 많다"며 "로밍같은 경우 신규사업자가 전국망을 구축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는데 정부가 지향하는 장기적 정책 목표와 신규사업자의 계획이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알뜰폰사업자(MVNO) 정책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했다.
마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재무능력을 보는 프로세스가 생략되다 보니 허가제하에서 의문이 많이 나온다"며 "정부가 어떻게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사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매우 중요해진 것 같다"며 "부처로 돌아가 주신 의견들을 논의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좌담회에는 이경원 정보통신정책학회장(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모 교수, 마 과장, 안 위원, 곽 교수,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 등 6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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