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된 이기제 리스크, 클린스만호 풀백 딜레마
[이준목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 첫 경기부터 풀백 딜레마를 드러내며 불안요소를 남겼다. 이강인(PSG)의 멀티골 맹활약을 앞세워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격파하기는 했지만,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이 중단되었고 향후 수비진 운용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수원삼성)의 부진은 첫 경기부터 위기를 초래했다. 이기제는 1월 1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3년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1-1로 팽팽하던 후반 7분만에 교체 아웃되며, 이날 선발 베스트11 중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사실상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한 문책성 교체였다.
이날 이기제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위험 지역에서 불안한 볼처리로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질렀으며, 장점이던 크로스나 공격능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 불필요한 경고까지 받았다. 오
한국은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이기제의 패스 미스를 범하며 공격권을 내줬고, 이후 수비전열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전개된 바레인의 스로인 공격 과정에서 끝내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기제는 실점 직후 곧바로 김태환과 교체됐다.
문제는 이러한 이기제의 부진이 이미 대회 전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결과라는 것이다. 이기제는 클린스만호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이기제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카타르월드컵 멤버인 김진수(전북)를 제치고 사실상 대표팀의 왼쪽 수비수 자리를 차지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해 치른 11차례의 A매치에서 무려 9경기나 출전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심지어 2023시즌 후반기 소속팀 수원에서는 정작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이기제는 지난 시즌 수원에서 31경기에 출전했지만 지난 9월 30일 인천유나이티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이 끝날때까지 단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A대표팀에는 꾸준히 발탁되어 경기를 소화했기에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기제의 기량과 몸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가 대표팀에서 보여준 태도와 임무수행 능력에 만족한다"며 감싸 안았다. 예상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본선 최종명단에도 이기제를 발탁하여 중요한 첫 경기에서 주전 수비수 자리까지 맡겼다. 하지만 이기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기제 리스크는 단지 혼자만의 부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대표팀의 풀백 운용, 더 넓게는 수비진의 부담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에서 전문 측면 수비수 자원은 단 4명뿐이다. 왼쪽에 이기제와 김진수, 오른쪽에는 김태환과 설영우가 있다.
그런데 김진수가 부상으로 인하여 1차전에 나서지 못했고 이기제마저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대회 시작부터 대표팀의 왼쪽 측면라인에 큰 구멍이 뚫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를 교체하며 좌우 측면이 모두 가능한 설영우를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그 자리에는 라이트백 김태환을 투입했다. 원래 잔부상이 많았던 김진수의 회복이 더디거나 대회기간 중 수비진에 추가로 경고누적-부상 등이 발생한다면 대표팀은 풀백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비효율적인 엔트리 구성과 선수 발굴 미흡이 불러온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 연속성과 안정성을 내세워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거나 실힘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번 대표팀은 엔트리가 기존의 23인에서 26인으로 확대됐다. 취약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중앙수비수는 5명, 2선 공격수 자원은 7명이나 포지션 중복논란을 감수하며 발탁한 반면, 대회 전부터 보강이 필요하다고 평가받았던 풀백, 공격수 자원은 2명씩 최소한의 인원만 발탁했다.
이 모든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스스로 내린 선택이었다. 변화와 실험에 소홀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첫 경기부터 과제를 남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과연 남은 경기에서 풀백 리스크에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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