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이 스스로를 일으킨 순간 [쿠키인터뷰]

김예슬 2024. 1. 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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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한 통의 제보전화를 받고 범죄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데 일조하는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 덕희를 연기한 라미란은 "절대로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봤다.

극에서 라미란이 연기한 덕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려들어 울분을 토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경찰에게 분노로 일갈한다.

라미란은 "피해자가 아닌 두 눈 뜨고 제대로 성장한 덕희의 이야기가 내게도 용기를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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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라미란. 쇼박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한 통의 제보전화를 받고 범죄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데 일조하는 이야기. 영화보다도 더 극적인 실화가 작품으로 탄생했다. 배우 라미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를 통해서다. 서민영웅기로 포장될 만한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 덕희를 연기한 라미란은 “절대로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봤다. 1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민덕희’는 피해자로 남지 않은 피해자를 향한 헌사”라고 정의했다.

극에서 라미란이 연기한 덕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려들어 울분을 토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경찰에게 분노로 일갈한다. 극 중반에는 부양능력이 없어 아이들까지 빼앗기는 등 벼랑 끝에 내몰린다. 덕희는 고통받는 피해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느 날 자신에게 걸려온 제보 전화를 토대로 행동에 나선다.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벗어나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검거작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라미란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실화가 가진 힘에 이끌렸다.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아 내가 하기로 했다”고 농담하던 그는 “‘시민덕희’가 이야기하는 개인의 존엄성과 자존감에 사로잡혔다”고 설명했다.

현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라미란과 호흡한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 등 세 동생의 공이 컸다. 동고동락하며 밥심으로 다진 우정은 스크린에도 자연스레 묻어났다. 이들 활약 덕에 라미란은 “휩쓸릴 땐 휩쓸리고 중심을 잡아야 할 땐 진중히” 임할 수 있었다. 그가 가장 주목한 건 진정성이다. 실화인 만큼 왜곡을 피하기 위해 작품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시사회에서 처음 만난 ‘진짜 덕희’의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말에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단다.

‘시민덕희’ 스틸컷. 쇼박스

덕희의 활약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동력이다. 라미란은 ‘시민덕희’를 “엄마 덕희가 아닌 인간 덕희가 제 얼굴을 들어 보이는 이야기”라고 했다. 범죄 피해를 입은 덕희는 숨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고 고개를 빳빳이 쳐든다.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타협 없이 자존감을 드높이는 덕희에게 라미란도 반했다. 라미란은 “피해자가 아닌 두 눈 뜨고 제대로 성장한 덕희의 이야기가 내게도 용기를 줬다”고 했다.

라미란은 덕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막한 처지에서 오는 절박함과 결연함”에 있다고 봤다. 라미란은 “자신을 한 번 일으켜 본 사람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며 “덕희가 꿋꿋하게 잘 살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에게도 자신을 일으킨 순간이 있었다. 오랜 무명기를 겪은 라미란은 늘 꺼지지 않는 자존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당장 차비가 없을 때도 절망한 적이 없었다”고 말을 잇던 그는 “힘듦도 결국은 즐기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내면의 단단함은 그를 일으키고 올곧게 나아가게끔 하는 씨앗이 됐다. ‘걸캅스’, ‘정직한 후보’ 등으로 성공을 거둔 그는 배우로서 가진 스스로의 강점에 확신을 얻었다. 라미란은 “어떤 순간에도 위트를 가진 게 나의 힘”이라면서 “‘시민덕희’에도 이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극장에서 보면 또 다른 맛을 느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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