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Q sign #28] ‘주스 금식기도’라고 들어봤나

전병선 2024. 1.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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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인 목사

주스(Juice) 금식기도는 미국 성도들 방식이다. 성경통독집회뿐만이 아니라 교회 행정을 담당해야 하니 물만 마시고 하는 금식을 할 처지는 아니어서 주스 금식을 하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빈속에 마시는 주스가 얼마나 지독하게 단지. 마치 독약 같아서 물을 반이나 타서 마셔야 했지만, 당분의 위력은 막강했다. 조금 허전해서 그렇지 넉넉히 견딜 수가 있었다. 물만 마시고 하는 금식하고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하루는 김정옥 사모님이 뒤에서 걸어오시다가 “목사님, 뒤에서 보니까 목까지 가늘어졌어요”라고 하셨다. 그렇다. 살은 몸의 구석구석에서 소리 없이 빠져나가서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되었다. 그러나 살이 빠지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이 집회를 어떻게 온전하게 해내느냐가 Big deal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절절하게 하나님께 매달렸다. 상식적으로는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살아오면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사실이다.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하신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라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해서 한국의 요한선교단 박종면 목사님께 연락을 드려서 형편이 되시면 좀 와 주시라고 연락을 드렸다. 처음엔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셔서 체념했는데, 시작 며칠 전에 오시겠다는 연락을 주셨다.

어려운 시간을 만들어 와 주셨지만, 나는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목사님, 간증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왜냐하면, 간증을 시작하시면 여러 시간을 하시는데, 연이어서 참석하시는 분들에게는 솔직히 곤욕이었다. 간증이 길어진다는 것은 곧 참석자들의 수면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영적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육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

미국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3박 4일 성경통독 66권 집회이다 보니, 참석자들을 너무 괴롭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다가 오는 분들도 아니고 매일매일 일을 하시다가 휴가를 받고, 심지어 가게를 닫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최소한 4~5시간은 재워야 하겠다고 작정을 했다. 내 요청이 갑갑하셨겠지만, 박종면 목사님께서는 성경 통독만을 도와주셨다.

우리 교회에 한 자매가 있었다. 그 자매가 내게 하는 말인즉슨 이랬다. “목사님, 몸이 아파서 참석하고 싶지만 못하겠어요.” 그 자매에게 말했다. “몸이 아프면 저 성가대 맞은편 자리에 누워 있어요.” 성도들이 넘치고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서 이사를 온 그 교회는 할리우드에 있는 미국 문화재 건물로 애초에는 성전 의자가 980석이 되는 아름다운 교회다. 좌석이 뒤로 가면서 높아지는 극장식 성전이다. 1991년도 1월에 이사를 해서 통로도 없이 연결된 의자들의 사이사이로 통로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의자들을 떼어 내었어도 대략 800석은 될 것이다. 성전에 들어가서 강대상을 바라볼 때 왼쪽이 성가대석이고 성가대를 마주 보는 건너편 자리에 누워 있으라고 말을 한 것이다.

드디어 정한 날이 다가오고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성전 로비에 커피 테이블(커피, 각종 차,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다과들을 준비)과 물병들, 따라서 마실 수 있는 Water Dispenser들이 준비되었고, 장년 교육국 행정팀이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San Diego에서 아예 사업장을 닫고 오신 부부가 일착으로 도착하셨고, 어쩌면 그렇게도 각 교단 골고루 80여명이 모여 시작을 하게 되었다. 찬양팀의 찬양이 시작되었다. 모두 일어서서 찬양을 올려 드리고 개회사와 기도를 올려 드린 후에 성경 66권, 곧 하나님이신 말씀, 요한복음 1장 1절, 그 천지 창조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무나 성경을 읽지는 않는다. 아니, 누구나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경은 누구나 가질 수가 있지만, 말씀을 펴고, 읽고, 말씀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 음성을 듣는 일은,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입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은혜로만 동참할 수 있는 축복이다. 성경통독·암송 클래스에서 함께 하시던 분 중에 발음이 정확하고 성령이 충만하신 몇몇 분들을 보조 강사로 세우고 함께 성경통독을 인도해 가기 시작했다. 때로는 통독 강사 혼자서, 때로는 합독으로, 때로는 교독하면서 분위기가 잡혀갔고 하나님의 영이 우리 가운데 임하시는 것이 느껴져 갔다.

첫 식사도 훌륭했다. 장년교육국 국장 장로님의 아내인 권사님께서 도우미 집사님들과 준비하신 갈비탕이었다. 원래 그런 음식을 먹지 않는 나도 성도들과 함께하려고 갈비탕을 먹었는데, 갈빗살도 부드러웠고 누린내도 나지 않아서 좋았다. 식사가 끝나고 성전에 다시 모여 찬양을 시작했다. 화장실에 갔던 분들도 다 모이고 성경 통독이 다시 시작되고. 아, 바로 이런 곳이 천국이 아니고 어디랴? 물론 이런 일들이 처음이신 분들과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지루하고 힘이 들 수도 있겠지만, 참석해 보신 분들은 안다. 한자리에 앉아서 쉼 없이 성경을 읽는 게 생각한 것보다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함께 할 때, 그 자리에 역시나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영이 우리를 인도해 가신다는 것을! (요 1:14, 마 18:20)

성경의 한 가운데인 시편이 지나고 나면, 지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힘이 나게 된다. 성경을 읽다가 문득 그 아픈 자매 쪽을 보니, 누워있던 자매가 어느새 일어나 똑바로 앉아서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갈수록, 성경 말씀이 진행되어 갈수록, 각자에게 필요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임하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참석자 모두의 성경통독 속도가 인도자와 같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합독을 해보면 명확해진다. 뿐만 아니라, 보조 강사가 좀 천천히 읽는다 싶으면 오히려 앉아 계신 분들이 답답해하신다. 성령께서 바람같이 몰아가시는 그 속도, 그 리듬이 깨지는 것 같아서. 드디어, 대선지서와 소선지서를 넘어 신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혀가 돌아가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한국어로 성경이 읽어지지 않았다. 강력한 방언으로 성경이 읽어지는데 어떻게 하나 싶었다. 내 혀를 제어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참석자분들에게 그 부분을 사과드리니,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한국어로 다 들렸다는 것이다. 기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보조 강사들이 사이사이 통독을 인도하는 가운데, 서서 통독을 하던 나는 자꾸 쓰러질듯한 느낌이 왔다. ‘하나님, 성경통독을 하는 중에 저를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그렇게 해 주세요. 쓰러지더라도 다 마치고 가기를 원합니다!’ 성경통독을 진행하고 있을 때는 거의 서 있곤 한다. 그 이유는, 성전 안에서 혹시라도 방해할 수 있는 흑암의 세력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특히나 미국 자체적으로는 첫 번째 집회이기에 사단의 공격이 있을 수 있었다. <계속>

◇김승인 목사는 1947년에 태어나 서울 한성여고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LA 기술전문대학, Emily Griffith 기술전문대학을 나와 패션 샘플 디자인 등을 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북미총회에서 안수받았다. 나성순복음교회에서 행정 비서를 했다. 신앙에세이를 통해 문서선교, 캘리포니아에 있는 복음방송국(KGBC)에서 방송 사역을 했다.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논픽션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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