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그룹 통합에 가족 ‘경영권 분쟁’ 걸림돌로…법정 다툼되나
16일 한미약품 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한미그룹과 OCI 그룹 간의 통합 무산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통합이 두 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직간접적인 사업 분야의 시너지 극대화를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한 사안이며, 각 지주회사의 이사회 만장일치로 최종 결정된 사안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가족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통합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통합 취지에 대해서도 "석유, 화학 전문기업에서 세계적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 바이엘처럼 한미그룹도 OCI와 통합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면서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확보한 한미의 독자적인 전문성과 OCI가 가진 글로벌 벨류 체인 네트워크의 결합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 이후에도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통합 지주회사(OCI홀딩스)의 1대 주주가 되고, 통합 지주회사는 2인으로 구성된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고 했다. 각자 대표는 임주현 사장과 OCI 이우현 회장이 맡게 된다. 모든 관계사는 현재와 동일하게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미그룹 내의 가족 간 분쟁은 확산되고 있다. 이번 통합 결정에 대해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 임종윤 사장은 SNS 등을 통해 이번 통합에 대해 사전에 전혀 들은 바가 전혀 없으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통합 무산을 위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 사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그동안 총알을 마련해오면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면서 그룹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조만간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떠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나 경영권 분쟁을 대비해 준비해왔다는 입장이다.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통합 절차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고,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했다. 이사회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대 의견에 의미가 없다고 받아친 셈이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은 송영숙 회장이 11.66%, 임주현 사장이 10.20% 가지고 있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각각 9.91%, 10.5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양측의 지분율이 비슷해 12.15% 지분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키맨'으로 등장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모두 신 회장이 각자의 입장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이 이사회 결정을 거쳐 결정된 만큼 최종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두 그룹의 통합에 따라 한미그룹의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고 , OCI 역시 생명과학 회사로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서 과정 역시 순조로울 수 있었다는 것.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두 기업의 합병에 대해 장기적인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가족 분쟁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신증권은 "한미사이언스에 50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발생했으나 이번 통합으로 해소되는 점은 회사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속세 이슈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나오던 한미사이언스의 형제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기 때문에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OCI홀딩스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27% 확보함에 따라 내년 3월 말까지는 합병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OCI홀딩스의 제약바이오 사업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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