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 잘 뿌리내리고 작동돼야 국익에 도움"… "임기 내 기반 마련"

최석진 2024. 1. 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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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후임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간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지난 3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수처

그는 취임 초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던 일을 언급하며 "당시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라며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스스로 같은 걸 묻게 되는데,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뭐라고 답변했는지 요지를 말씀드리면, 취임 전부터 4월 초까지 100일 넘게 도어스테핑을 했는데 그때 가장 많은 받은 질문이 '1호 사건으로 어떤 걸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라며 "한두 건, 무슨 사건을 수사할지, 성과낼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대니까 기반을 마련하고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아서 훈련시키고 서로 간에 일할 때의 룰을 합의했고(인적 기반),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 청사의 이전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물적 기반), 기관을 움직이는 수백개의 규정을 만들었고(규범적 기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구축해서 연결했다(시스템적 기반)"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에 대한 여러 비판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면서도 "그런데 오해가 많이 있다. 사실관계나 내부 사정은 (외부에서는) 잘 모르시지 않나. 구구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기 와서 검사, 수사관들이 실제 일을 해보면 어떤 중압감이라고 할까. 민감한,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건이라 검찰과 바로 대비를 할 수는 없다"며 "검찰은 교통사고, 폭력, 절도, 사기 등 이른바 3대 사건 내지 4대 사건이 50~60%인 반면, 공수처는 직권남용 등 심각한 사건들(을 수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점이 조직 운영에 있어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아시다시피 여건이 좋지 않다. 제한된 인력, 3년 임기 연임 구조는 신분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라며 "임기제 공무원인지, 계약직인지, 연임 보장도 없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직장을 선택할 때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가야 5년, 10년 뒤에 내 조직이 되는 건데, 7년, 10년 경력 있는 분들이 여기 와서 3년 일한 뒤에 연임이 불투명하다면 사실 여건이 안 좋은 것이다. 구조적으로"라며 "내부에서 관리가 잘 안 된다. 개인적인 이유, 건강상의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그런 걸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러 의견을 주신 게 있다"라며 "애초 공수처법 원안에는 '협력해야 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최종 통과된 법률안에) 그 조항이 없어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왜냐하면 어떤 기관이 새로 생겼을 때 임의로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며 "홍콩의 염정공서 예를 봐도 10년 이상 갈등이 지속돼다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 협력하라고 돼 있지 않는 한 어렵다. 특히 기관 간 권한을 가져가고 이런 관계에서는 인위적인 협력이 매우 어렵다"라며 "그런 면에서는 입법적인 다른 해결이 있어야 될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후임 공수처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후임 공수처장이 정해지면 그분하고 따로 말씀드릴 사항이 있겠죠. 공개적으로 할 사항이 있고, 비공개적으로 인수인계할 사항이 있을 것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 처장은 남아있을 공수처 직원들에게 초심을 잃지 말고 흔들림 없이 일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다만 여기 계속 일하실 분들에게 말할 게 있다면 어쨌든 이 조직은 25년 동안 '하냐 마냐' 그러지 않았느냐, 대선 때마다 공약이었고"라며 "25년의 도입 논란 끝에 설치가 됐고, 우리가 여기 왔다면 결국은 필요한 조직이라는 것 아니겠느냐.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내가 왜 여기 왔는지, 그 초심을 잃지 말자. 흔들리지 말고 일 하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 처장은 간담회 초반 질문을 받기에 앞서 "오늘 이 자리는 그냥 퇴임 인사하는 자리"라며 "간담회라기보다는 그동안 공수처 취재하며 고생하고, 수고하셨다는 그런 것에 대해서 기관장으로서 임기를 마치면서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는 그런 자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우리나라에 공수처가 만들어지는데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5년이 걸렸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됐다"라며 "새로운 사법제도가 법질서 내에서 잘 뿌리내리고, 작동하고 그래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그런 관점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비판도 감수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공수처가 제대로 가겠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021년 1월 21일 취임한 김 처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한다. 퇴임식은 19일 오전 10시30분부터 공수처 청사에서 열린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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