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32일이나 빨리 피었다…"한국 온난화 속도 1.6배 빠르다"

정은혜 2024. 1. 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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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노리매공원에 매화가 피기 시작한 모습. 연합뉴스

‘봄의 전령’ 매화가 15일 제주에서 개화했다고 제주지방기상청이 밝혔다. 이는 평년보다 32일 빠른 기록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주에서 매화 개화 조건이 충족했다는 얘기”라며 “서울도 조기 개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매화 관측목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한 날로 기록한다. 기상청의 공식 개화 발표 이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봄꽃 목격담이 있었다. 지난달부터 부산 등 남부 지역에 봄꽃이 피었다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저도 (부산에서) 볕이 잘 드는 곳에 봄꽃이 핀 모습을 봤다”며 “지구온난화에 엘니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가을철 평균 기온이 굉장히 높았고, 겨울철 기온도 평균적으로 높아 꽃들도 (개화 시기를) 헷갈리는 모양새”라고 했다.


20도 넘은 제주 12월 날씨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매화 관측목은 올해 1월 4일 발아하고 15일 개화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평균 기온이 모두 평년보다 오른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제주 지역 평균 기온은 9.4도로 평년 기온(8.3도)보다 1.1도 높았다. 1월도 14일 기준 평균 기온이 8.3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평년보다 1.8도나 높다.
지난 달 13일 국회에 봄에 개화하는 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제주는 낮 최고 기온이 10도를 넘긴 날이 31일 중 21일이었다. 20도를 넘긴 날도 5일이나 됐다. 1월 들어서는 매화가 피기 전날까지 14일 중 10일 동안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돌았다. 14일에는 18.4도까지 오르면서 평년 기온보다 10도나 높았다.

발아 전인 12월에는 기온 변동폭이 컸다. 낮 최고 기온이 20.8도(12월 15일)에서 이틀 만에 3.9도(12월 17일)로, 17도 가까이 급전직하한 날도 있었다.

15일 제주지방기상청의 매화 관측목에 매화 꽃이 활짝 핀 모습. 사진 제주지방기상청

정수종 교수는 “매화는 단순히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서 발아·개화하지 않는다. 매화 꽃이 피기 위해서는 저온요구도(일정 수준의 낮은 기온)와 고온요구도(일정 수준의 높은 기온)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매화 조기 개화는 전반적으로 기온이 따뜻하면서 변동폭도 높은 온난화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韓 온난화 속도 1.6배 빠르다”


기상청은 16일 발표한 2023년 연 기후 특성 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7도로 역대 1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도 14.98도로 기록하며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지구가 산업화 혁명 이후 가장 뜨거웠으며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인류 목표인 ‘1.5도’ 선에 육박했음을 의미한다.
8월 낮 한반도 주변 기온과 불쾌지수가 붉게 표시된 모습. 사진 세계 기상 정보 비주얼맵 어스널스쿨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평균 기온 상승과 함께 대기 속 수증기가 풍성해지며 강수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연간 총 강수량은 1746㎜로 평년 강수량의 131.8% 수준이었다. 5~7월에 강수가 집중돼 비가 오지 않는 달과 비가 오는 달의 강수량 편차가 커 가뭄과 홍수가 나타났다. 12월에는 한 달 총 강수량이 평년의 4배 가까이 늘면서 역대 12월 강수량 1위를 기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장마철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관측 이래 처음으로 남북을 관통한 태풍 등 경험해보지 못한 위험기상으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초에도 봄꽃이 일찍 개화하고 졌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지구 전체보다 온난화 속도가 1.6배 정도 빠르다”며 “앞으로도 봄꽃 개화 시기가 당겨지고 너무 이르게 핀 꽃이 서리를 맞고 떨어지면 매실 등의 작황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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