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열대우림식 창업 지원센터가 부러운 이유
[김대오 기자]
이 글은 '중국의 과학기술 생태계 탐방' 이란 주제로 고2 학생 8명과 함께 일주일(2023.12.30.-2024.1.5.) 동안 상하이, 항저우, 베이징을 둘러본 기록입니다. - 기자말
AI 호텔, AI 스피커 알람소리에 깨어 하루를 시작한다. "톈마오징링, 게이 워 창 거(天猫精靈, 給我唱歌)"하자 AI 스피커가 노래를 불러준다. "다카이 뎬스" 하자 TV를 켜주고 "다카이 촹롄" 하자 커튼을 열어준다. 말 한 마디에 개인 비서처럼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신기하다. 언어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음성 인식, 안면 인식 기술이 적용된 페이주부커 AI 호텔
별장식으로 조성된 알리바바 직원 숙소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산책을 나가는 길에 호텔 로비에 있는 AI 로봇에게 오늘 날씨를 묻자 최저, 최고 온도와 오존농도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산책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미리 입력된 안면인식 정보에 따라 투숙하고 있는 층을 자동으로 선택해주고, 객실 입구에 다가서자 카메라가 안면을 인식하고 방문을 열어준다. 방 키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 투숙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층을 자동으로 선택주는 안면인식 기술 알리바바의 페이주부커(菲住布渴, FlyZoo Hotel) AI 호텔 |
ⓒ 김대오 |
현금 결제가 사라지고 거의 모든 결제가 QR로 이뤄지는 항저우에서 학생들은 별 어려움 없이 로봇 아이스크림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해서 먹고 있다. 미래는 기성세대에게 낯설지만 젊은 세대에겐 응당 올 것이 오고야만, 충분히 적응 가능한 일상인 듯하다.
창업자를 위한 열대우림식 생태환경 기지, 드림타운
AI가 뽑아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방문한 곳은 드림타운(夢想小鎭)이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의 고향인 항저우에 조성된 드림타운은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지원센터 같은 곳이다. 상하이, 저장성, 안후이성, 장쑤성을 아우르는 창장삼각주 경제권의 미래과학기술센터이기도 하다.
▲ 드림타운의 사무실 앞 텃밭 어쩌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채소밭에서 김을 매는 사소한 일상에서 우연히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
ⓒ 김대오 |
2011년 드림타운 입주자의 평균연령이 42세에서 2022년에는 32.5세로 낮아졌다고 한다. 대학의 우수인력들이 졸업하면서 바로 창업해서 입주하거나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다가 환경이 좋은 이곳으로 오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드림타운에 등록한 업체는 총 5932개이며 영업 이익을 창출한 기업이 2090개에 달한다. 국가급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20개, 성급 기업이 25개, 시급 기업이 25개에 달하며 창업자, 취업자 수가 2만 6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주로 XR 산업, 생명건강 산업, 디지털경제, 블록체인, 인터넷보안, 사물인터넷 분야 산업 분야의 기업이 많다.
수로 곁에 조성된 드림타운은 원래 면직물 공장지대를 개조하여 만든 것으로 사무실 바로 옆에 커피숍 등 휴게 공간과 식당 등의 생활공간이 함께 자리해 있다. 최첨단의 시설들이 중국풍의 전통 가옥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사무실 앞에 있는 채소를 가꾸는 텃밭도 인상적이다. 어쩌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채소밭에서 김을 매는 사소한 일상에서 우연히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채소밭 앞이 드론이 물품이나 음식 등을 배달하는 곳이고 여기서부터는 배달 로봇이 각 사무실로 배송을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올해 예산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4조 6천억 원을 삭감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이곳에 입주한 중국의 청년 창업자들이 부럽기도 하고 은근 걱정스럽기도 하다.
중국에서 창업 성공의 신화가 된 알리바바
드림타운에 이어서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했다. 건물 입구에서 꽤 오랫동안 신원 확인 절차를 밟은 후 입장했다. 1층 로비에 알리바바의 역사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 알리바바 본사 1층 로비 알리바바 본사 1층 로비에는 회사의 역사 전시관과 커피숍,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
ⓒ 김대오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서 19.5g의 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숫자가 표기된다. 2층 로비에 창업 당시 마윈이 사용한 컴퓨터가 전시되어 있고, 알리바바 사원들의 긍지를 상징하는 1년차(香), 3년차(醇), 5년차(陳) 반지가 놓여 있다. 알리바바 사원들은 높은 봉급과 함께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의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 알리바바 본사 2층 사무실 풍경 편안한 최적의 근무여건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
ⓒ 김대오 |
항저우는 스마트 시트를 추진하면서 시티브레인 원격 제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도시 난방, 교통, 상하수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도로 경계가 나무나 화단으로 조성되어 친환경 도시로서의 면모도 돋보인다. 전기차가 많아서 차량 소음이 적은데 앞으로 경적을 울리는 차량의 음파를 감지해 벌금을 부과하는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이라고 하니 도로는 더욱 조용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속 350km로 달리는 고속철
▲ 시속 347km로 달리는 고속철 항저우에서베이징까지 1,270km를 4시간 40분에 주파한다. |
ⓒ 김대오 |
▲ 고속철 창밖 풍경 열차가 산둥성 지난을 지나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
ⓒ 김대오 |
열차가 산둥성 지난(齊南)을 지나자 최근 내린 눈이 녹지 않았는지 창밖이 온통 새하얗다. 순간 설국열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실외 온도도 영상에서 영하로 내려간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중국의 농촌 풍경과 지방 도시들의 모습들을 스캔하듯 살펴본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저 너른 들녘이 모두 깨어나는데 분명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그래도 분명한 것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차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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